일본의 새로운 국방 전략은 이웃 국가들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억제하고 침략을 응징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방계획은 자위대 능력을 대폭 증강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적 의도의 핵심은 커져가는 북한 핵과 미사일 역량을 무력화하고 특히 동·남중국해와 대만해협 평화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0발이 넘는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유례없는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국에 무인기를 침투시키고 미사일·핵·우주 역량의 대폭 확장을 천명했다. 또 중국은 대만을 위협하고 대만해협 현상(現狀) 변경을 위해 무책임한 무력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의 잔혹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볼 때 중국의 거세지는 강압적 행위는 더욱 우려스럽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청사진은 변혁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급변하는 지역 안보 환경과 연결돼 있다. 일본 군 조직 변화와 새로운 투자는 잠재적인 적국이 갖춘 파괴적인 무기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계획됐다. 일본은 상설 합동사령부를 창설하고 항공자위대를 항공우주군으로 개편하며, 자위대에 정보전(戰) 부대를 창설할 계획이다. 또 반격 미사일과 무인 시스템, 사이버 방어 확장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는 일본이 한국 승인 없이 한반도를 폭격하겠다고 위협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방어에 지나치게 치중해 온 일본이 신뢰할 수 있는 공격 역량을 갖추는 것은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의 억지력도 강화시킬 수 있다. 일례로 일본이 토마호크 미사일과 반격 역량을 갖추는 것은 잠재적 공격자들에 대한 경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한국과 일본이 오해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억제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안보 협력을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웃 민주주의 국가 일본과의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지역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토대를 쌓았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기 경보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결정은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일각에선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일본의 반격 역량 보유를 군국주의화와 미국의 쇠퇴 신호로 묘사하려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계획은 평화를 유지하고 변화하는 세계 질서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결단으로 봐야 한다.
수십 년 동안 일본이 자국 영토를 방어하고 미국의 전진기지를 지원하는 방패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사이 미국은 우세한 공격력을 제공하는 칼의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역내 군사력과 글로벌 파워 재분배는 이 같은 역할의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에 확장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번영을 구가하는 동맹국들이 국방과 역내 안보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2%로 국방예산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에선 향후 5년간 방위비 3140억 달러를 어떻게 충당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목표를 달성한다면 일본의 연간 국방예산은 약 500억 달러에서 800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미국 국방예산의 10% 미만이며 중국 국방예산의 일부에 그친다. 그리고 한국의 GDP 대비 국방예산은 여전히 일본을 앞설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며 한국을 변혁시키기 위한 전략에 착수했다. 일본은 글로벌 중추국가를 위한 한국의 노력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은 가까운 시일 내에 외교 협상에 나설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북한에 매달리기보다는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경쟁 무대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역내 안보에 더 큰 역할을 맡으려는 한국의 의지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규범 기반 국제질서에 기여하려는 국가들에도 이익이 될 것이다.
5년 뒤 중국과 북한의 군사력 전망에 초점을 맞추면 일본의 국방계획을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의 국방예산 확대는 중국 인민해방군 증강과 북한 비대칭 미사일 전력에 일본이 더욱 뒤처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자 일본에 대한 무력 위협을 저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동북아 및 인도태평양 안보, 그리고 갈수록 복잡해지는 글로벌 도전 과제들을 감안할 때 일본의 새로운 국방계획은 한국 국익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은 안보에 대한 투자와 한미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국익을 확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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