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생산과정을 추적하는 새 도전[패션 캔버스/김홍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4일 03시 00분


사진 출처 파이버트레이스
사진 출처 파이버트레이스
김홍기 패션큐레이터
김홍기 패션큐레이터
지난해 12월, H&M그룹과 영국의 버버리, 럭셔리 그룹 케링, ZARA의 모회사인 인디텍스와 같은 패션 기업들이 캐나다 몬트리올에 모였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케링은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과 함께 생태계 및 지역 공동체 복원에 필요한 3억 달러 이상의 모금을 목표로 한 자연기후펀드에도 가입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는 삼림 채벌로 황폐화된 아마존 숲을 복원하기 위해 한 비영리기관과 함께 활동하겠다고 발표했다.

패션 회사와 비영리단체들이 ‘네이처 포지티브’라는 표어를 중심으로 집결 중이다. 패션과 지속 가능성, 두 세계를 연결하며 이어 붙일 수 있는 현실적인 개념의 아교는 무엇일까. 바로 제품 생산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추적 가능성(Traceability)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서구에서 ‘흔적(Trace)’이란 단어가 사전에 등재된 건 14세기 후반이다. 누군가 걸어간 길을 따라 걷는다는 뜻으로, 이후엔 비유적으로 탐사하고 사유하며,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뜻이 붙었다.

최근 낡고 오래된 옷을 수선해 입고,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한 옷을 선택하고, 에코백을 드는 것이 제2의 삶의 방식이 되고 있다. 여기에서 나아가 소비자들은 좀 더 강력한 변화를 업계에 요구하고 있다. 옷의 생산에서 폐기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식품은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기록, 관리해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이력제를 통해 관리된다. 반면 의류제품은 이력제가 힘들었다. 의류 생산이 전 지구적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어서다. 패션산업 내 공급 구조가 불투명하고 추적 가능성이 없다 보니 실제 우리가 입고 있는 한 벌의 옷이 어떤 과정을 통해 염색 및 재봉이 되며 노동자의 인권은 지켜지고 있는지 소비자들이 알 길이 없었다.

이런 관행에 도전장을 낸 업체가 있다. 파이버트레이스란 호주 회사다. 이 회사는 옷 한 벌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그 일생을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곳은 유기농 면을 직접 생산하고, 여기에 추적 가능한 염료를 넣어 방직을 한다. 이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옷은 블록체인 기반의 추적 플랫폼을 통해 생생하게 ‘일생’을 공개한다. 패션업체는 공급 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지속 가능성의 솔루션을 얻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추적 가능성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과 각종 플랫폼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신이 걸어온 흔적을 되짚어 가며 더 나은 세상을 꿈꿔온 존재다. 패션의 추적 가능성, 해볼 만한 도전이 아닌가.

#의류 생산과정#추적#새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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