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1차 청문회가 어제 열렸지만 여야 간 지루한 공방만 벌이다 끝났다. 여야 의원들은 참사 원인에 대한 속 시원한 규명에 실패했고, 증인들은 보고 체계와 지시 계통이 무너진 데 대해 “제 책임”이라고 하기는커녕 변명으로 일관했다.
청문회에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나흘 전 용산서가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으나 집회·시위가 많아 지원이 힘들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 반면 김광호 서울청장은 “요청받은 바 없다”고 엇갈린 말을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 당일 음주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를 할 수 있다”고 되받았다. 김광호 청장은 “무책임하게 사퇴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됐던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 등 5명은 오전에 출석조차 안 했다가 동행명령장을 받고서야 3명만 뒤늦게 출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시에는 위급한 상황 자체를 인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고 하는 이 전 서장에게 “어떻게 이런 사람이 경찰서장까지 올라왔냐”고 질타했다. 주로 이 전 서장의 책임을 집중 추궁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마약류 범죄 단속에 주력하느라 시민 안전은 뒷전이었다”고 목청을 높였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물론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법무장관까지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은 유가족이 참여하는 3차 청문회 등을 위해 7일까지로 돼 있는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연장을 해도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유족이 납득할 수 있도록 내실 있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그제 행안부, 서울시, 경찰청 등 윗선에 대해 “과거 과실 책임을 물은 사례가 많지 않다”며 설 명절 이전 수사를 마무리하고 추가 입건자는 거의 없을 것임을 밝힌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조사도 없이 끝난다면 부실수사 공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정조사든 수사든 참사의 실질적 원인 규명이 목적이다. 통과의례에 그친다면 유족들의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도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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