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올해 신년호 A1면에 이수지 그림책 작가의 그림이 실렸다. 한국인 최초로 어린이책의 노벨 문학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지난해 수상한 이 작가가 새해를 맞아 동아일보 독자들을 응원하는 작품을 보내온 것이다. 하얀 눈 뭉치를 만들어 눈싸움을 하는 아이들. 빨간 파랑 노랑 녹색 등 다양한 색의 크레파스를 덧대 스케치한 그림 속 아이들의 신난 표정은 마치 사진을 보듯 생생했다.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행복한 작품이었다.
이 작가는 평소 연필·목탄으로 스케치하고 최소한의 색을 입힌다. 그의 작품 ‘강이’ ‘선’ ‘파도야 놀자’를 봐도 흑심의 물성을 최대한 활용한 연필 드로잉을 자주 사용한다. 이번에 동아일보에 선보인 그림은 달랐다. 색감이 다채로웠다. 독자들 역시 “신문 1면을 보고 아이처럼 웃음을 지은 건 처음이다”, “매년 보는 해돋이 사진도 의미 있지만, 작품을 실은 게 신선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지지 말고 너의 눈 뭉치를 날리렴, 높이 멀리 신나게!’라는 이 작가의 자필 응원 문구에서 위로를 받았다는 독자도 있었다.
가끔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을 통해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지난해 아동문학을 담당하며 다양한 신간을 접했다. 올해 여섯 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 ‘인생 2회 차’를 사는 느낌으로 각종 동요와 어린이책을 다시 섭렵 중인데, 매주 쏟아지는 어린이책 속에서 보석 같은 작품을 만날 때 동심의 순수함에 웃고, 반성하고 힘을 얻는다.
기억에 남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하고 싶다. 산타의 이웃집에 사는 다람쥐가 산타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는 모습을 담은 ‘아기 다람쥐의 크리스마스’는 산타를 선물 주는 존재로만 여겼던 통념을 뒤집은 발상이 신선했다. 이 동화를 읽고 나선 기자 역시 부모님 등 누군가를 베푸는 존재로만 여기며 살아오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바쁘게 살다 보니 미처 서로를 챙기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반성과 함께 훈훈함을 전하는 동화도 있었다. ‘너만을 위한 선물’이다. 다락방 청소를 하다 털실 뭉치를 발견한 주인공 꼬마돼지는 주변 친구들에게 스웨터를 짜 입으라며 모두 선물하는 바람에 정작 자신의 것은 챙기지 못했다. 며칠 뒤 친구들은 스웨터를 짜고 남은 털실로 화려한 무지개색 스웨터를 함께 만들어 꼬마돼지에게 선물한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아 베풀면 선한 결과가 돌아온다는, 다소 진부한 메시지일 수 있지만, 실제 우리 삶에 이런 훈훈한 미담이 흔치 않은 탓인지 마음을 움직였다.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 사용할 다이어리를 구입하고 신년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계묘년 새해엔 어릴 적 가졌던 ‘동심(童心)’으로 돌아가 순수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며 작은 일이라도 도우려고 노력해 보면 어떨까. 밥상물가가 치솟고, 사고 뉴스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각박한 세상이지만, 결국 행복한 삶은 ‘인간의 따뜻한 관계’에서 비롯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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