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은 휴무일 또는 근무시간 외에 2시간 이내로 복귀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여행할 때는 소속 경찰기관 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이 경찰공무원 복무규정에 들어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밤 충북 제천에서 월악산 등반을 한 뒤 머물렀다는 캠핑장이 어딘지는 모른다. 다만 네이버 길찾기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가장 가까운 그 지역 캠핑장을 찍어 봐도 자동차로 평일 오후 1시 기준 2시간 20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이 규정이 경찰 내에 더 이상 상급자가 없는 경찰청장에게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규정의 취지로 봐서 경찰청장은 쉴 때도 비상 상황에 대비해 2시간 이내 복귀 지역에 있으려 노력해야 한다. 윤 청장은 자신의 관할 범위는 전국이므로 자신이 근무 지역을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청장이 업무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하겠는가. 등산한다고 먼 곳까지 갔으니 말이 나오는 것이다.
▷윤 청장은 캠핑장에서 지인들과 음주를 하다 참사 발생 시점으로부터 45분이 지난 밤 11시경 참사 사실도 모른 채 잠이 들었고 이후 경찰청 상황실의 전화를 2차례나 놓친 뒤 다음 날 0시 14분에야 참사 사실을 알았다. 그는 그제 국회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에서 음주를 추궁하는 의원에게 “청장도 주말 저녁이면 음주할 수 있다”고 답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요점은 음주를 했느냐 안 했느냐가 아니라 어느 정도나 마셨냐는 것이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칙에는 공무원은 근무시간이 아닌 때도 항상 소재 파악이 가능하도록 연락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규정은 경찰청 상황실이 청장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연락을 받으면 응답 가능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음주로 깊이 잠든 탓에 상식적으로 적절한 시간 범위 내에서 응답하지 못했다. 그 자체로 징계감인데도 그는 아직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도 않았다.
▷미국 국립알코올남용중독연구소(NIAAA)에 따르면 미국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표준 음주 2잔 이내가 적절한 양이다. 표준 음주 1잔은 맥주로는 340cc로 캔 맥주 1개에 해당하고 양주로는 43cc로 21도 소주 1잔을 약간 넘는다. 2잔 초과는 과음이다. 과음 상태로라도 제때 응답을 했으면 모르겠으나 응답도 못 했으면서 음주할 권리 운운하는 걸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답답하다. 참사 사실을 먼저 안 대통령이 경찰청장을 찾았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 경찰청장은 쉬든 자든 대통령의 전화에 늘 즉시 응답 가능한 상태로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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