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북한의 영토 침범 도발에 맞서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대북 확성기와 전광판, 전단 재개를 검토하고 나섰다. 통일부도 어제 관련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북한 도발에 한층 공세적 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에 침투했던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실 상공 비행금지구역까지 진입했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용산이 뚫렸다’는 야당 지적을 강하게 반박했던 군이 일주일 만에 말을 뒤집고 시인한 것이다.
영토 침범도 서슴지 않는 북한의 도발에 대통령이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히는 것은 군 통수권자로서 응당 취해야 할 자세다. 비행금지구역과 완충수역 등을 설정한 9·19 군사합의는 북한의 잇단 위반으로 이미 사문화된 터에 우리만 그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만큼 효력 정지 검토 자체로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다만 북한이 극렬 반발해 온 대북 심리전까지 나서면 더 큰 도발의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체결 이래 숱한 논란과 시비의 대상이 됐지만 그간 남북 간 군사적 우발 충돌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남북 상호 간에 과도한 군사행동의 자제를 유도해 확전을 막는 암묵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최소한의 안전판이 경고 차원을 넘어 완전히 제거되고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가 실제로 재개되는 상황까지 가면 자칫 군사분계선 일대의 위험한 군사적 대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요즘 “확전 각오” “일전 불사” 같은 강경한 발언과 함께 북한 도발에 맞선 압도적 대응을 군에 촉구하고 있다. 어떻게든 북한의 충동을 꺾고 국민 불안을 불식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의 군사적 역량을 철저히 재정비하고 단단한 대응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 북한 무인기를 격추시키지도 못한 군 당국은 국가 최고지휘부의 상공이 뚫렸는데도 그럴 가능성을 차단하기에만 급급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군의 이런 행태부터 제대로 바로잡지 않으면 아무리 강력한 대응 의지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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