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관계자는 어제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투 사태에 따른 문책론과 관련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무인기 관련 정보를 흘린 인사를 반드시 색출해 문제의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상공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한 사실을 일주일 뒤에나 파악했는데도 정작 대통령실과 군은 P-73 침범 가능성을 제기한 야당 의원에게 군의 정보가 유출된 의혹을 밝혀야 한다며 그 색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군의 무인기 대응 실패에 따른 문책론이 비등하는데도 대통령실이 “군의 자체 감찰을 보자”며 미루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 최고지휘부 상공이 맥없이 뚫렸고, 그 사실을 부인하다 뒤늦게 시인한 군의 총체적 무능을 서둘러 규명하고 바로잡아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실은 ‘정보 유출자 색출이 먼저’라는 군색한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니 여론을 전임 정부와 야당 책임론으로 돌려 ‘물 타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사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기존 P-73 공역을 대폭 축소했다. 수도권 방어를 책임지는 수도방위사령부가 북한 무인기 등 공중 위협을 우려해 반대했는데도 작전부대의 의견은 무시됐다고 한다. 정부로선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주민 불편 최소화 등을 위한 조치였겠지만, “더욱 강력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자신하던 군과 정부로선 축소된 비행금지 공역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했음이 이번에 드러난 셈이다.
그간 야당 측의 무리한 정치 공세도 적지 않았다. 대정부 공세에 앞서 북한 도발에 맞선 초당적 대응이 우선이어야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제기한 P-73 침범 가능성은 군 정보가 아니더라도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덮어놓고 부인하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여당에선 “북한과 내통한 거냐”고 몰아붙였고, 이젠 대통령실까지 “어디서 입수했는지 자료 출처가 의문”이라고 거들었다. 여든 야든 안보를 정쟁화하고 남남(南南)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국가적 자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래선 북한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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