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프로야구 두산 감독(47)은 “새해를 맞아 생각할 일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국민 타자’로 이름을 날리다 2017년 은퇴 후 올 시즌 처음 사령탑으로 데뷔하기 때문. 야구장을 떠나 홀가분하던 지난 5년과 달리 한 해를 무겁게 시작하는 분위기다.
프로야구 감독은 스트레스가 심한 직업으로 꼽힌다. 정규시즌 144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다. 1주일 6경기라 재충전도 쉽지 않다. 줄담배, 폭음에 의지하거나 경기 도중 실신하는 일도 있었다.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면역체계의 노화를 가속화해 암이나 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급격히 커진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하루 최소 7시간 수면, 식물성 식단 섭취, 규칙적인 운동과 명상, 사회적 관계 유지 등을 꼽았다.
이 감독은 스타 출신으로 어깨를 누르는 부담감이 더 커 보인다. 게다가 코치 경험도 없고, 아무 연고도 없는 두산에서 지휘봉을 잡아 주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래도 이 감독은 “내가 견뎌야 할 부분이다. 선수 때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가 강조한 두 가지는 운동과 소통이다.
이 감독은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1주일 3번 하루 1시간 이상 웨이트트레이닝, 걷기 등으로 땀을 흘리고 있다. 몸이 튼튼해야 자신뿐 아니라 팀원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어서다. 운동을 하면 생리적 활성화가 일어나고 혈액순환이 증가해 스트레스로 인한 뇌신경계의 변화를 정상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운동하는 사람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3.5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감독은 또 “선수들이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고민을 털어놓는 감독이 되고 싶다. 코칭스태프와도 많은 대화로 잘 풀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 타자 시절에도 타격 감각이 이상하다 싶으면 코치들에게 작은 조언이라도 부탁했다. 코치들도 껄끄러워할 거물이지만 몸을 낮췄다. 플레이가 안돼 고민하는 스타 후배에게는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몇 안 되는 선수들만 누릴 수 있는 사치다. 그걸 즐겼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이 감독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는 큰 자산이다.
심리학자 수전 핑커는 “눈 맞춤, 악수, 하이파이브 등은 코르티솔을 낮추고 도파민을 분비해 고통을 줄여주거나 기분을 좋게 해 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만큼 대화를 뛰어넘는 적극적인 대인관계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가족, 직장 동료들과 직접 대면하며 좋은 관계를 가지면 백신과도 같은 다량의 신경전달 물질을 방출한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라틴어 ‘stringere’에서 파생됐는데 ‘꽉 조인다’는 의미. 잘 풀어야 건강도 지킨다. 운동화 끈은 조이고 입과 귀를 열면 답답한 체증이 뚫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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