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 정부 첫 간첩단 사건… 엄정한 수사로 실체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0일 00시 00분


국내 진보정당 간부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으며 국내 제도권 정당과 노동·시민단체 등에 파고들어 반정부 활동을 벌여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에 따르면 진보정당 간부 A 씨는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대남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 공작원의 교육을 받았으며, 귀국한 뒤 제주 노동계 간부와 농민운동가 등을 포섭해 ‘한길회’를 조직하고 북의 지령에 따라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 투쟁, 진보정당 후보 지지 활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공안당국은 이와 별도로 창원의 진보단체 간부인 B 씨 부부를 유사한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한다.

이들 사건은 2017년부터 북한 공작원과 지령문·보고문 84건을 암호화 파일로 주고받으며 충북지역 정치인, 노동·시민단체 인사 60여 명을 포섭해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등 반미 활동을 벌이던 3명이 2021년에 구속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사건과 비슷하다. 이번 수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공개되는 간첩단 사건인 데다 수사도 전국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어 전체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수사 대상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진보정당이나 노동·사회단체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정치권과 시민사회 내 추가 연계 여부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간첩 적발 건수가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져 ‘안 잡느냐, 못 잡느냐’ 논란도 없지 않았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문재인 정부 시절(2020년) 통과된 법에 따라 2024년부터는 경찰로 완전히 넘어가게 돼 있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대공수사권의 전면 이관이 적절한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공안당국은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에 대한 간첩 증거 조작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진보당에서는 “지난달 압수수색 이후로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꾸준히 밝혀 왔다”며 반발하고 있다. 빈틈없는 증거와 법적 절차 준수를 통해 혐의를 엄정하게 밝히는 것만이 혹여 제기될 수 있는 ‘공안몰이’ 논란을 불식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얻는 길이다.
#간첩단#엄정한 수사#진보정당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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