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어제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을 국민연금과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동시에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적자가 나고 있거나, 장차 고갈이 예상되는 직역연금들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손보겠다는 것이다. 4월 말까지 운영되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참고할 수 있도록 연금재정 추계 결과도 두 달 앞당겨 이달 말에 내놓기로 했다.
정부가 국민연금, 직역연금, 기초연금 등 노후소득 보장체계 전반을 포괄하는 개혁안을 마련하기로 한 건 적절한 판단이다. 공무원·군인연금은 고령화로 인한 수급자 증가로 적자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 막대한 세금을 들여 메워주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적자만 공무원연금이 4조7000억 원, 군인연금이 3조1000억 원에 이른다. 사학연금도 지금 체계가 유지될 경우 2049년경 바닥날 예정이다.
공무원연금은 여러 차례 개편했는데도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제도를 처음 만들 때 민간보다 낮은 공무원 처우를 보상하기 위해 더 많은 혜택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2016년 마지막 개편에서 공무원연금의 조건을 국민연금과 같은 수준으로 맞췄기 때문에 향후 개혁에서 국민연금만 보험료율을 높일 경우 공무원 특혜 논란이 나올 수 있다.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가 모두 인상을 약속한 기초연금의 지급 규모도 고령인구 증가로 커지고 있어 개혁의 큰 틀에 맞춰 수급 대상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는 국가의 지속성을 불투명하게 한다. 앞으로 두 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필요한 연금충당 부채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각각 905조, 234조 원에 이른다. 둘을 합하면 올해 정부 예산 639조 원의 1.8배나 되는 막대한 규모다.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몰려 이들에게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국가는 부도 상황을 맞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일본은 2015년 일반국민이 가입하는 후생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했다.
직역연금 개혁은 국민연금 개혁만큼 시급한 과제다. 다만 연금 구조개혁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사회적 저항이 커져 개혁 작업은 어려워진다. 정부는 공무원·군인연금 개혁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과정에서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치밀하게 전략과 시간표를 짜야 한다. 현 정부 임기 안에 개혁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5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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