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 3년 차를 맞은 영국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주요 7개국(G7) 경제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영국은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선진국 중 최악의 침체를 맞고 있다. 유럽연합(EU) 탈퇴가 부를 경제충격을 얕본 정치 지도자들의 포퓰리즘, 수렁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구조개혁 지연이 겹친 결과다. 현지에선 “영국 경제에 지독하게 얽혀 있는 문제가 한꺼번에 터졌다”는 한탄이 터져 나온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 성장률 전망치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영국 중앙은행은 이미 ‘100년 만의 장기 침체’를 예고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 유럽 본토와의 교역 축소로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폭등한 전기요금, 소비자의 실질소득 감소로 자영업자 폐업은 1년 만에 50% 늘었다. 유럽 1위였던 런던 증시 시가총액은 프랑스에 처음으로 추월당했다.
영국의 추락은 변덕스러운 여론에 영합한 정치권, 정부의 정책 실패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국 보수당은 집권을 위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약속했다가 2016년 예상과 달리 탈퇴가 결정되자 뒷감당을 못하고 있다. 2021년 브렉시트 이행 전에 재정·세제 등 제도 정비, 제조업을 되살릴 성장 동력 확충, 공공의료 시스템 등의 개혁이 필요했는데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대응으로 나랏빚이 급증한 상태에서 리즈 트러스 총리가 포퓰리즘적 대규모 감세안을 내놨다가 파운드화 폭락 사태로 44일 만에 낙마하기도 했다.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도 영국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정치권은 돈 퍼주기 경쟁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청년 정책, 저출산 정책 등으로 포장된 포퓰리즘 정책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그 결과 예상보다 세금이 50조 원 더 걷혔는데도 작년 나랏빚은 100조 원 넘게 늘었다. 영국의 사례를 보면 꼭 필요한 개혁을 미룬 데 따른 비용은 2배, 3배로 늘어나 고스란히 가계의 몫이 되고 있다. 영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꼭 기억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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