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올렸다. 사상 최초의 7차례 연속 인상이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1년 5개월 새 3%포인트나 뛰어 1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아울러 한은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긴축 기조 등의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작년 11월 전망한 1.7%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 역성장 가능성도 제시했다.
가파른 경기 하강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간 것은 여전히 불안한 물가와 미국과의 금리 차를 고려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6.3%)을 정점으로 한풀 꺾였지만 아직도 5%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초강력 긴축으로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폭이 확대돼 환율 불안과 자본 유출 위험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기준금리 최종 수준이 3.5%가 될지, 3.75%가 될지 금통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고 있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복잡하고 엄중하다는 뜻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6조 원가량 더 늘어날 전망이다. 1년 5개월 사이 불어난 가계·기업 이자는 7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 가계 중에서도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산 ‘영끌족’과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미 38만여 가구는 집 등 가진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다 갚을 수 없는 고위험 상황이다.
기업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기업대출이 104조 원 넘게 급증한 가운데 경기 침체와 자금 경색 등이 겹쳐 우량 중소·중견기업마저 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못 내는 한계기업 비중은 37.5%로 늘었다. 기업들의 흑자 도산을 막기 위해 우량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과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금리 인상이 초래한 민간 부채의 이자 부담과 자산시장 침체 등은 올해 더 심화될 전망이다. 가계와 기업의 부실 위험이 금융시스템 부실로 확대되지 않도록 금융 안전판을 더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1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 빚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취약계층 선별 지원 등 연착륙 방안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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