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친윤’ 그룹 간의 감정 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한 이후 친윤계는 연일 나 전 의원을 ‘제2의 유승민’ ‘반윤 우두머리’ 등으로 공격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표면적으론 나 전 의원의 ‘출산 대출 탕감’ 발언이 문제가 됐지만, 갈등의 본질은 당권이다. 내년 4월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게 될 당대표를 뽑는 3·8전당대회를 앞두고 나 전 의원이 출마 의사를 접지 않자 친윤 그룹이 ‘나경원 배제’ 의도를 노골화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지난해 이준석 파동에 이어 또다시 한심한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권 내 갈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총선 때를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이다.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은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 등 공천파동 막장 드라마를 빚은 끝에 총선에서 패배했다. 이 갈등의 근원은 2014년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밀었던 서청원 후보가 비박 김무성 후보에게 패한 데서 비롯됐다.
더불어민주당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친문·비문 갈등으로 시끄러웠고, 앞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엔 친노·비노 갈등 끝에 분당까지 이르렀다. 여야 할 것 없이 새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대표와 의원들을 줄 세우는 행태나 계파 갈등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고물가에 이은 경기 침체로 민생경제가 힘들고 북한의 도발 위협 등 안보도 심상찮은 상황이다. 집권당이 어떤 사람을 대표로 뽑아야 대통령을 잘 뒷받침하고 정부를 견인해서 국민을 편안케 해줄 것인지는 궁극적으로 여당 당원들이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국민은 지금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비전과 희망은 온데간데없고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잿밥다툼에만 열심인 듯한 집권세력의 구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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