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기업이 피해야 할 ‘거짓 화목’[Monday HBR/닉 디 로레토, 앨리슨 아이잭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6일 03시 00분



가족 기업이라고 하면 신문 1면에서 종종 접하게 되는 오너 일가의 세력 다툼처럼 거세게 부딪치는 갈등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가족끼리 경영을 하게 되면 갈등이 불거지는 것을 걱정해 논의를 피하게 될 때가 많다. 이를 ‘거짓 화목(fake harmony)’이라고 부른다.

거짓 화목은 격정적인 토론보다 훨씬 더 해로울 수 있다. 사업이나 가족과 관련된, 어렵지만 중요한 결정을 회피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거짓 화목으로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 쌓여 훨씬 심각하고 복잡한 ‘절벽 사건(cliff event)’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절벽 사건은 가족을 무너뜨리고 중요한 결정을 함께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깎아내릴 수 있다. 또는 가족 간 어려운 얘기를 터놓고 나누더라도 듣는 이가 이견을 잘 수용하지 못하거나 맥락을 잘못 이해하면 자칫 부정적인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이 같은 거짓 화목이 가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아닌지 신중히 판단하고 대처해야 한다.

거짓 화목에는 공통적인 징후가 있다. 사람들이 의견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도 문제에 대해 분명한 관점을 제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건설적인 피드백을 피하거나 토론이 억압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한 사람이 강력한 의견을 표해도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좋다’는 태도로 일관하면 수면 아래에서 다른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회의 중에는 모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회의가 끝나면 일대일로 다양한 대화가 오간다. 진짜 의견이 뒤로 오간다면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절벽 사건으로 내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족 사업 내 거짓 화목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참여자들에게 솔직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1∼5점으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1점은 제일 솔직하지 않고 5점은 완전히 열린 대화라는 뜻이다. 평가 점수가 낮으면 이를 계기로 대화에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얼핏 시시한 방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시도해 본 이들의 대부분은 ‘거짓 회의’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후 건설적인 대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쉬운 문제부터 시작해야 한다. 격한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지 않는 대화와 결정부터 시작하면 된다. 설문 조사를 활용해 익명으로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간단한 설문 조사를 만들어 가족 구성원에게 다루고 싶은 주제가 무엇인지 묻거나 회의의 잘된 점과 개선할 점 등을 묻는다.

어려운 대화를 돕는 외부인을 참여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외부 중재자가 대화의 기본 규칙을 설정하고 이 규칙이 잘 유지되는지 지켜보도록 하는 것이다. 외부 중재자는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주의를 환기하고 모든 사람이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투명성을 강화하고 올바른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의 리더가 지속적으로 사업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줘야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토론할 수 있다. 다른 가족에게 멍청하거나 정보가 느린 사람으로 보일까 봐 의견을 내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함께 훌륭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임을 꾸준히 상기시키는 것이 좋다.

가족 소유 맥주 회사인 시에라네바다 브루잉컴퍼니는 완벽한 가족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모든 캔과 병에는 ‘가족이 소유, 운영하고 있으며 논쟁을 거친 상품’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설립자 켄 그로스먼은 “가족 모두 함께 모여 우리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최선인가 논쟁을 벌인다. 모두 선의를 갖고 있으며 최고의 선택을 하길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가족 기업에 대해 이처럼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갈등을 피하려다 어려움에 부딪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가족 사업에 해로운 갈등 회피’를 요약한 것입니다.

#가족 기업#갈등#거짓 화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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