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는 사람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전 생애를 지원하는 복지정책을 일컫는다. 이제는 ‘무덤 이후’까지도 촘촘한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고령인구가 늘어난 데 따른 사망자 증가, 무연고사 급증, 유골을 산이나 바다에 뿌리는 산분장(散粉葬) 등 새로운 장사 수요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같은 대규모 재난 시 장례 수요가 급증했던 것처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역할의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은 죽음 이후에도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의 ‘화장 대란’ 기사를 접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해 화장시스템이 마비되고 존엄한 장례는 기대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도 2022년 3월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해 화장로가 부족했던 경험이 있다. 3일 차 화장률이 20%까지 떨어지는 등 국민들이 슬픔에 잠긴 채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20% 이상)로 진입하고 사망자 수는 2070년 연간 70만 명으로 지금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망 후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는 무연고 사망자 수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화장 후 산이나 바다에 골분을 뿌리는 ‘산분장’에 대한 국민의 수요는 늘어나는데도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봉안당과 수목장지 시설 확충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정부는 이러한 여건을 감안하여 장사 정책의 주요 과제를 추진하려고 한다.
첫째, 자연·사회적 재해, 특히 감염병 등 국가 재난에 대비한 장례 대응 체계의 강화다. 지역별 화장 수급 현황을 감안해 부족한 지역에는 화장로를 확충함으로써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시신을 안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등 언제라도 존엄한 장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
둘째, 가족이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무연고 사망자 등에 대한 장례 지원을 확대하고자 한다. 경제적 이유 또는 사회적 고립, 가족관계 단절 등으로 자신의 장례를 걱정하는 분들이 없도록 장례 복지 체계를 다듬어 가겠다.
마지막으로 ‘산분장’을 제도화·활성화하고자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지속가능한 장사 방식으로 ‘산분장’을 도입하고. 이와 연계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한 애도와 위로를 할 수 있는 온라인 추모 문화도 활성화하겠다. 생전에 자신이 원하는 장례 방식을 지인·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문화도 자리 잡았으면 한다.
최근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할 것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다. 이 진리 앞에서 누구나 존엄한 죽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무연고와 재난 상황 등에 대비하고,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장지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무덤 이후’ 장사 정책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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