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셋째 주 월요일은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이다. 미국인들은 연방 공휴일인 이날 킹 목사 기념관을 찾고, 그의 연설문을 자녀들에게 들려주며 흑인 민권운동의 역사를 가르친다. 올해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 60주년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킹 목사가 목회를 했던 교회에서 주일 연설을 하며 그를 “비폭력의 전사”로 기렸다.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나라에 살게 되리라는 꿈… 노예의 후손들과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둘러앉는 날이 오리라는 꿈….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킹 목사의 연설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연설문 중 하나로 꼽힌다. 학자들이 뽑은 ‘20세기 최고의 미국 정치연설’에 올라 있다. 반복되는 표현의 단순함이 평등을 부르짖는 메시지의 강력함을 증폭시킨 명문장이다. 킹 목사를 두고 “한 문장만으로 제퍼슨과 링컨 같은 역사적 인물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왔다.
▷1963년 8월 노예해방 100주년을 맞아 워싱턴에서 열린 평화 대행진 기념행사에서 킹 목사의 연설 순서는 18명의 초청 연사 중 16번째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연설이 막바지에 달할 때쯤 부산하던 뉴스룸이 조용해지고 기자들이 멈춰선 채 TV 속 연설을 경청하고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25만 명이 운집한 현장의 열기는 여름 무더위를 무색하게 할 만큼 뜨거워졌다. 심상치 않은 반응에 FBI는 킹 목사를 선동에 앞장설 ‘위험인물’로 지목한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60년이 지났지만 킹 목사의 연설은 여전히 살아 있다. 2020년 백인 경찰에게 목이 눌려 흑인이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미국인들은 전역에서 터져 나오는 인종차별 철폐 외침을 다시 들어야 했다. 흑인이 인구의 13%를 차지하지만 범죄 혐의를 받는 수감자의 비율은 35%로 가장 높은 게 미국의 현실이다. 경찰 체포 과정에서 사망하는 흑인의 수는 백인의 3배에 달한다. 첫 흑인 대통령의 기록을 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마저 “인종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고 했다.
▷불평등 혹은 차별의 문제가 어디 피부색뿐일까. 여성을 짓누르는 유리천장에서부터 종교, 학벌, 가난 등으로 받는 차별의 문제는 국제사회 도처에 존재한다. 그 누구도 이런 조건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지금도 누군가는 계속 싸우고 있다. 현실적 한계의 “언덕과 산이 낮아지고, 거친 곳은 평평해지고, 굽은 곳은 곧게 펴지는 꿈”을 꾸는 우리 옆의 전사들이다. 우리 모두 꾸어야 할, 그리고 실현시켜야 할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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