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교부가 16일 “이란과 이웃국가 간 관계에 참견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비외교적 발언”에 대해 한국 측 설명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전날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중 국군 아크부대를 찾아 “형제국의 안보는 우리의 안보다.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라고 말한 데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우리 외교부는 어제 “한-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당장 불필요한 논란을 낳은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의 직설적 단순화법이 또다시 도마에 오른 것이다. 외교에서 무엇보다 절실한 신중하고 절제된 언사가 아쉽다. 이란은 UAE와의 영토분쟁을 비롯해 주변 아랍 국가들과 민족적 종파적으로 긴장 관계에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그것을 남북한 상황과 빗대면서 이란의 민감한 반응을 불렀다. 자칫 외교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서둘러 진화해야 한다.
윤 대통령 발언 직후 대통령실도 “UAE에 파견된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발언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국과 UAE는 각종 경제협력은 물론이고 우리 특전사 부대가 UAE 특수부대 훈련을 지도하는 군사협력까지 맺고 있다. 아랍어로 ‘형제’를 뜻하는 부대 명칭이 상징하듯 매우 특별한 관계다. 이번에 UAE 방문을 통해 이룬 큰 경제외교 성과도 그런 끈끈한 관계가 뒷받침한 결과일 것이다.
반면 이란은 우리나라와 매우 민감하고 불편한 문제로 얽혀 있어 각별한 외교적 관리가 필요한 나라다. 오랜 부침 속에서도 경제·문화 교류를 이어온 양국은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에 따라 한국에 동결된 이란 석유대금 문제로 지금도 냉랭한 관계에 놓여 있다. 이란은 북한과의 불법 무기거래를 의심받아 왔고, 최근엔 우리 선박을 나포해 억류하기도 했다.
이란 외교부는 이번에 “한국 정부의 최근 스탠스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혀 한국 새 정부 출범 이후 대(對)이란 정책 변화 가능성에도 의구심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외교 채널을 통해 이란 측의 오해가 없도록 설명하는 한편 외교부가 밝힌 대로 ‘이란과의 관계 발전을 위한 변함없는 의지’를 거듭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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