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 밖으로 나오고 싶은 서울의 13만 ‘집콕’ 청춘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0일 00시 00분


은둔 생활을 끝내고 세상 밖으로 나온 김초롱, 정인희, 송경석 씨(왼쪽부터) 등 청년들이 19일 서울 강북구의 ‘안무서운회사’ 사무실 앞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주변인과 사회의 도움으로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면서 “이제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넬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은둔 생활을 끝내고 세상 밖으로 나온 김초롱, 정인희, 송경석 씨(왼쪽부터) 등 청년들이 19일 서울 강북구의 ‘안무서운회사’ 사무실 앞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주변인과 사회의 도움으로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면서 “이제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넬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서울에 사는 청년들 중 4.5%인 12만9000명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집 밖에 나오지 않은 지가 6개월이 넘은 ‘은둔형 외톨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가 19∼39세 청년 5500명과 청년이 거주하는 5200가구를 대상으로 가족 외에 만나는 사람이나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는 ‘고립’ 생활 여부,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 ‘은둔’ 생활 실태를 조사해 추산한 결과다. 전국적으로는 고립 또는 은둔 청년이 61만 명 규모로 추정된다. 일본에서 시작돼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국내에서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고립·은둔 청년들은 대개 어려서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지거나 학교에서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고, 성인이 된 후로는 취업에 실패하거나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지 못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 중 55.6%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으며, 아예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는 비율도 7%나 된다. 고립·은둔 생활을 한 지가 5년이 넘은 사람이 10명 중 3명,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10명 중 8명이라고 하니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심각한 단계로 접어든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고립·은둔 청년들을 방치할 경우 개인적 불행을 넘어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 일본의 경험이다. 게임과 소셜미디어 중독 현상도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 다행히 이번 조사에 응한 청년 2명 중 1명 이상이 외톨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절망감과 무기력감이 만성화하기 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찾아내 집 밖으로 나오도록 심리 상담과 사회 복귀 대책을 가동해야 한다. 가족들이 은둔 자녀를 이해하고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취업 빙하기를 거치면서 히키코모리가 급증했다. 히키코모리가 세계적 현상이 된 배경에도 두 자릿수 청년 실업률과 구직 활동조차 포기한 2억8200만 명 규모의 ‘니트족’이 있다. 니트족 생활이 길어질수록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도 높다. 국내의 경우 15∼29세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이 20%에 육박하고 니트족도 한 해 8만4000명 규모로 증가 추세다. 근본적으로는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해 청년들이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사회와 단단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정서적 유대감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서울 청년#4.5%#12만9000명#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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