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이 부추기는 당 장악 구상은
실현 불가능하고 정권 성공 훼방할 몽상
윤심 없다 선언해 경선 축제 만들고
국정성과로 지지도 높이는게 당 장악 첩경
집안싸움이 거의 집단 자해극 수준이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고들 했는데, 정반대다.
‘윤석열 캠프’ 시절부터 DNA처럼 도지는 국민의힘 내분의 중심엔 공통으로 ‘장제원’이라는 인물이 있다.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 초기 달라붙지 않았더라면 중앙 일간지 칼럼에서 이름 한번 거론될 일이 없었을 그런 인물이다. 별다른 개인적 매력 자본도, 감동적 인생 스토리도, 별다른 의정활동 업적도, 대(對)문재인 정권 투쟁 공적도 없는, 보수 텃밭 금수저 의원 중 한 명에 불과했다.
다른 윤핵관들도 대동소이하다. 다들 입안의 혀처럼 처신이 빠르고, 대단한 전략가연(然)하지만 큰 그림을 보는 안목이나 직관·통찰력은 보여준 적 없다. 보수의 미래로 거론될 인물은 한명도 없다.
흰 종이 상태에 가까웠을 ‘윤석열의 정치 도화지’에 이들이 끄적인 건 낡고 음습하고 저급한 정치공학이다. 그 결과물이 현재의 당 대표 경선 파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시나리오를 썼을 당 장악 프로젝트는 대통령을 벼랑으로 내모는 짓이다.
내재적 관점을 취해 선의(善意)로 윤 대통령의 의도를 해석해 보자.
‘여의도 정치는 대한민국의 가장 낙후된 분야다. 정치개혁 없이는 우리 사회의 도약이 불가능하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 총선 공천은 그런 정치개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헌신적으로 공익에 봉사할 엘리트들을 대거 진입시켜야 한다….’
‘지금은 정말 정부와 당이 혼연일체가 돼야하는 시기다. 국민이 나를 뽑아준 이유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지난 5년간 좌파들이 뒤틀어 놓은 현실 왜곡이 워낙 심대해서 이걸 바로잡으려면 그만큼 집중적인 반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당정 일사불란은 필수불가결하다. 뜻을 같이해줄 여당 지도부가 절실하다….’
대략 이렇게 정리될 윤 대통령의 의중은 야당의 시각으로는 사당화(私黨化), 당 장악, 제 사람 심기 공천이나 다름없다. 어느 시각으로 볼지는 각자의 판단이지만, 설령 의도가 선하다 한들 당 장악이 과연 실현 가능하며 정권 성공에 도움이 될까.
대통령이 A라는 인물을 밀어줘 당 대표가 됐다고 한들 원하는 대로 물갈이가 가능할까. 아무리 대표가 공천심사위를 자기 사람들로 채워도 통제는 불가능하다. 대통령 인기가 하늘을 찌를 수준이 아닌 한 공천 불복 사태가 터져 나온다. 아무리 양심적인 새 얼굴들을 투입해도 검찰 시절 라인이나 김건희 여사 관련 연줄 흔적이 있는 인물들이 포함되면 쇄신 명분은 얼룩진다.
대통령이 당에 개입한다는 의구심이 퍼지면 지지도가 떨어지고, 게다가 밀어준 당 대표가 수도권이나 MZ세대에 별 어필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의 물갈이 파워가 더 약화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더구나 윤핵관이 공천을 좌지우지한다는 인식이 퍼지면 국민이 무슨 미래를 기대하겠는가. ‘내 뜻대로 공천’과 ‘총선 승리’는 양립이 불가능한 것이다.
당장 3월 경선에서 이른바 윤심 후보가 지거나 턱걸이하는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리더십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나경원 전 의원의 행태는 문제가 많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거리가 먼 기득권 이미지를 탈각하지 못해온 그가 총선 승리를 이끌 외연 확대력이 있을지 고개를 젓는 이들이 많다.
더구나 저출산·고령화 과제 책임자로서 경솔한 처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당 대표 욕심이 있었다면 부위원장직을 거절했어야 마땅하다. 당장 달다고 꿀떡해버린 단견을 후회해도 늦다.
그럼에도 심판은 국민과 당원이 직접 하게 했어야 한다. 온 식구가 총출동해 몽둥이찜질하는 것 같은 장면은 집안의 수준을 드러낸다.
갈등이 불거지기 전에 대통령이 조용히 불러 설득하고,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그냥 놔두면 된다. 경선이 본격화하면 나경원의 그 가벼운 처신을 경쟁 후보들이 가만 놔뒀겠는가.
지난 초가을 대통령실 쇄신으로 ‘숙청’된듯했던 장제원은 이번에 대통령이 특별히 미션을 준 것도 아닌데, 갑자기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담임선생님의 못마땅한 심기를 읽고 나서서 급우를 혼내는 자칭 기율반장 처신이다.
윤핵관들은 대통령 주변에 이런 논리를 끊임없이 주입해 왔을 것이다.
“정권이 성공하려면 당에 대통령 사람이 많아야 한다. 대표가 대통령의 사람이어야 공천 때 사람을 넣을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배지 달아준 의원이 많아야 퇴임 후도 담보할 수 있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모순에 가득 찬 논리다. 누가 되든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협조 안 할 여당 대표가 있을까. 그리고 아무리 줄을 세워도 당 전체를 가질 수는 없다. 당만 친윤 비윤 갈라진다. 퇴임 후 안전 보장도 친위 의원 몇 명으로 되는게 아니다. 최대의 안전 보장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이고, 당 장악 첩경은 지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인기 만점 대통령 이름을 업으면 총선에 이기는데 누가 충성하지 않겠는가.
윤 대통령이 정리해줘야 한다.
“자꾸들 오해하는데 윤심은 없다. 나경원 해임은 막중한 공직을 가볍게 여기는 데 대한 질책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선거에 나를 끌고 들어가지 마라. 국정만이 관심사다. 당원들이 누구를 택하든 그 선택에 흔쾌히 따를 것이다. 더 이상 윤심 윤심 하지 마라….”
이 시대 대통령에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과제와 민주적 리더십이 필요한 과제가 함께 놓여 있다. 적폐청산, 민노총 대응, 간첩 적발 등등엔 강력한 리더십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울타리 외연을 확대해야하는 정치에선 달라야 한다. 정치는 검찰 조직처럼 지휘·명령 관계가 아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휘젓고 다니는 게 불편해도 참고 귀를 열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불편하지만 결국은 지킨 사람에게 보답을 준다.
친박 친이 싸움질로 집단 자해극을 벌이다 좌파에 정권을 헌납한 당에 국민은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정권을 되찾아 맡겼다. 그저 교과서에 적힌 대로 경선 주자들은 미래를 놓고 페어플레이 하고, 대통령은 중립을 지키면 저절로 지지율이 치솟을 텐데 그 쉬운 일조차 못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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