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어제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나타나자 그의 출산 장려 정책 발언을 꼬투리 잡아 ‘윤핵관’만이 아니라 대통령실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사직서를 제출하자 사표 수리 대신 기후환경대사직까지 해임해버림으로써 윤심(尹心)이 그에게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윤심이 드러나자 40명이 넘는 초선 의원이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나 전 의원이 장관급 자리를 맡아놓고 두 달 만에 그만둔 건 잘못이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당 대표 출마를 막을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나경원 사태’를 통해 국민의힘에서 친윤도 적극적 친윤이 아니면 반윤처럼 되는 이상한 분위기가 드러났다. 정당이라면 모름지기 축소 지향으로 가면서 확장성을 잃어버리는 걸 가장 우려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 상대 여론조사에서 1위로 나오자 2004년 이후의 ‘당심 70%, 민심 30%’의 경선 룰을 ‘당심 100%’로 바꿔버렸다. 유 전 의원을 제거해서 친윤계 뜻대로 돌아가는가 싶었더니 뜻밖에 나 전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선두로 등장했다. 친윤계는 이번에 나 전 의원마저 제거했다고 만족할지 모르겠으나 당원 구성이 다변화되고 그 수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당심 100%와 결선투표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고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부하처럼 돼서도 안 된다. 대통령이 당 대표를 지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윤심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은 그런 시절을 연상시킨다. 여당 대표와 대통령은 서로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협조하는 관계여야 한다.
정당 민주화의 핵심은 위로부터의 공천을 아래로부터의 공천으로 바꾸는 것이다. 당 대표 자리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측이 아래로부터의 공천을 위해 그러는 건 아닐 것이다. 나경원 사태가 2016년 진박(眞朴)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진윤(眞尹) 논란과 ‘옥새 들고 나르샤’를 방불케 하는 공천 파동으로 이어져 또다시 정당 민주화에 역행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국민의힘 당원들이 각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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