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업급여 하한 185만 원 vs 최저임금 201만 원… 일할 맘 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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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임금을 받고 힘들여 일하느니 쉬면서 실업급여 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올해 한 달분 최저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을 받고 일할 때보다 16만 원 적은 수준이다. 이런 정도 차이면 누가 출퇴근 비용, 점심 값을 쓰면서 일터에 나갈 마음이 생기겠나. 최저임금에서 4대 보험료 등을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은 실업급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실업급여는 근로자가 퇴직 전 3개월간 받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지급되지만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 보호를 위해 하한선을 두고 있다. 올해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최저임금은 201만580원, 실업급여 하한액은 184만7040원이다. 지난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와 연동된 실업급여 하한액은 2017년에 비해 32% 올랐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320만 근로자에게 실업급여는 임금보다 나을 수 있다.

정부는 2019년부터 실업급여 보장 수준을 퇴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높이고, 지급 기간도 3∼8개월에서 4∼9개월로 늘렸다. 일자리를 잃고 재취업을 준비하는 실업자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였지만 부작용이 계속 커지고 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 가입기간 180일 기준을 채운 뒤 ‘비자발적 퇴사’로 처리해달라며 일을 그만두는 직원들은 중소기업들의 고민거리가 됐다. 일할 생각도 없이 실업급여 요건인 ‘재취업 노력’을 증명하는 데 쓰기 위해 형식적으로 면접을 보는 구직자들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실업급여를 챙기기 위한 잦은 퇴직은 청년들의 경력 관리에도 오점을 남긴다. 이런 식으로 나가는 돈이 많아져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42% 수준인 한국의 실업급여 하한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2위 네덜란드만 39%일 뿐 대다수 선진국은 10∼20%대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근로의욕을 낮춘다는 이유로 하한액을 아예 두지 않고 있다. 재취업·구직활동 지원이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실업급여 시스템은 근로자의 일할 의욕을 북돋고, 반복되는 퇴직을 줄이는 쪽으로 속히 뜯어고쳐야 한다.
#실업급여#최저임금#하한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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