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배터리, 바이오 분야 일부 기업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며 위기 속 한국 경제에 한 줄기 희망을 던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50% 넘게 증가하며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매출 3조 원을 돌파했고, 1조 원에 육박하는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합산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겼고, 영업이익도 17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글로벌 경기침체하에서 거둔 실적이어서 더 돋보인다.
이들 기업이 위기 속에서도 선방한 것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투자가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찍부터 배터리 산업의 가능성에 주목해 최근 10년 동안 5조3000억 원을 연구개발(R&D)에 쏟았다. 삼바도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인천 송도에 총 1조7400억 원을 들여 제4공장을 짓는 등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초격차 기술 혁신도 성공의 비결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에서 기술력을 높여 존재감을 과시했고,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으로 글로벌 판매를 확대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반도체 공급난 여파와 수요 감소로 판매가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한때 유럽 시장에서 ‘바퀴 달린 냉장고’라는 악평을 받았지만 이제는 기술력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빅 3’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선전이 반갑지만 한국 기업 전체로 보면 실적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7일까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27개사 중 19개사가 증권사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어닝쇼크’를 기록한 데 이어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수출 업종의 4분기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선방한 기업들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등 악재들로 올해 실적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결국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은 끊임없는 투자와 기술 혁신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미래를 내다보고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야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도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확대 조치를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하는 등 과감한 지원과 규제 혁신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