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젠 ‘고교생 마약상’까지…교실까지 마약에 뚫려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31일 00시 20분


경기 김포시의 한 창고에 재배 중인 대마 화분이 줄지어 놓여 있다.
경기 김포시의 한 창고에 재배 중인 대마 화분이 줄지어 놓여 있다.
지난해 경찰에 적발된 미성년자 마약사범이 294명으로 4년 전보다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이 약 5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청소년 사범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학계에서는 실제로 마약을 접한 사람은 적발 인원보다 20∼30배 많을 것으로 본다. 이를 감안하면 수천 명의 청소년이 마약에 손을 댔을 가능성이 높다. 극소수 청소년의 일탈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 된 것이다.

한두 차례 투약하는 차원을 넘어 마약 판매에 나선 청소년도 있었다. 인천의 고3 학생 3명은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 등을 구한 뒤 중간 판매책을 고용해 유통시켰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수억 원대의 마약을 압수했다. 수법과 규모가 어지간한 성인 마약상 못지않다. 경찰에 단속된 가장 어린 마약사범은 중2에 해당하는 만 14세였다. 혹시라도 중고생 자녀가 마약에 물들지 않을까 부모들이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인터넷과 가상화폐를 이용한 마약 유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사용자를 추적하기 어렵도록 특수 브라우저로 접속하는 다크웹을 통한 마약 거래가 2018년에 비해 지난해 10배 이상 폭증했을 정도다. 인터넷을 능숙하게 다루고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들이 쉽게 마약에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이 일단 마약을 접하면 자신의 의지만으로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검찰과 경찰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단속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사후 단속도 필요하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예방이 더 시급하다. 학교와 청소년시설에서 마약 예방교육을 한층 강화하고, 온라인을 통해 마약의 폐해를 상세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나이가 어린 단순 투약자들을 치료와 재활을 거쳐 조기에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마약이 더 퍼지면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마약이 교실까지 파고드는 것을 막으려면 지금 수사·교육·의료기관이 모두 나서야 한다.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일이다.


#마약#마약사범#청소년#고교생#교실#미성년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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