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대로 가면 국민연금 기금이 2055년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추계결과가 지난주 나왔다. 국회 자문위원회가 이 계산을 토대로 국민연금 개혁 초안을 내놔야 하지만 내부 의견차 때문에 통일된 안을 내놓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는 최근 1박 2일간 비공개 토론을 벌였다. 근로자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5%로 올리면서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즉 소득 대체율을 현재와 같은 40%로 놔두는 안, 보험료율을 15%로 올리면서 대체율을 각각 50%, 45%로 높이는 안, 보험료율은 12%까지만 올리고 대체율은 30%로 낮추는 안을 놓고 전문가들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고 한다. ‘더 내고 그대로 받기’ ‘더 내고 더 받기’ ‘덜 내고 덜 받기’ 등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주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들조차 의견을 모으지 못할 경우 개혁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 민간자문위가 국회에 복수 안을 제출한다면 여야가 각자 이해에 맞는 방안 쪽 손을 들어주며 충돌해 특위 시한인 4월 말까지 합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렇게 논의가 한번 틀어지고 나면 정부가 10월 말까지 별도의 자체 개혁안을 제시한다고 해도 국회가 이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아지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4개의 복수 안을 국회에 제시하고 사실상 손을 놔버린 것처럼 개혁 논의 자체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
연금의 지속성, 안정성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을, 소득 보장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선호한다. 소득보장 수준을 놓고 시각 차이가 있지만 보험료 인상이란 큰 방향에서는 의견이 일치하는 셈이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 63∼65세 직전까지 보험료를 납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에도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고 한다.
민간자문위는 다음 주 다시 회의를 열어 국회에 보고할 개혁초안 합의를 시도한다. 이번 회의에선 밤샘 회의를 해서라도 단일 안의 큰 가닥을 도출해야만 한다. 힘들여 맞은 연금개혁의 기회를 무산시키고, 미래 세대의 짐을 더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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