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설 연휴 직후부터 연일 ‘횡재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발언의 수위도 연일 올라가는 중이다.
연휴 다음 날인 25일에만 해도 “횡재세까진 아니더라도, 현행 제도를 활용해 (에너지 기업이) 일부라도 부담해 국민 고통을 상쇄했으면 좋겠다. 차제에 횡재세도 확실하게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다”고 조심스레 ‘간’을 보던 그는 곧장 다음 날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불러 모아 긴급 난방비 대책회의까지 열었다. 그러고는 “에너지 기업이 과도한 불로소득을 취한 것에 대해 횡재세 부담을 검토하자”고 했다. 기업들의 추가 이윤에 대해 별도 세금을 물리고 그걸로 7조2000억 원 규모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풀자는 것이다.
검찰 2차 출석을 하루 앞둔 27일에는 에너지 기업들을 향해 “천문학적 영업이익을 거두고 최근 감세 혜택까지 누리고 있는 초거대 기업들”이라고 잔뜩 날을 세우며 “횡재세든 연대기여금이든 해법을 국회와 기업이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도 했다. 불과 사흘 만에 정유사들을 난방비 폭등의 주범인 양 몰아세우며 해법까지 찾아내라고 한 것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지난해 유독 막대한 매출을 올린 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때문이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정유업계의 공통된 흐름이다. 이 때문에 유럽 정치권은 이미 지난해 봄부터 횡재세를 검토했다. 영국은 에너지 요금상한선이 40%까지 오를 것을 예측하고 지난해 5월 석유업체에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이탈리아와 헝가리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3월 논의를 시작했다. 유럽보다 보수적인 미국에서조차 지난해 10월 횡재세 논의가 시작됐다. ‘민생 정당’을 표방한다는 민주당이 난방비 고지서가 나오고 난 뒤인 올해 1월 말에야 횡재세를 외치는 건 늦어도 한참 늦은 ‘뒷북’이다.
더군다나 우리 국회에도 이미 지난해 8월 정유사에 한시적 초과이득세, 즉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발의됐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거대 양당의 힘겨루기에 밀려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통화에서 “회계연도상 작년에 법이 통과됐어야 해당 기업들이 지난해에 올린 초과 이윤에 대한 과세 적용이 가능했다”며 “이 대표가 횡재세를 뒤늦게라도 언급한 건 다행이지만, 제1야당이자 국회 다수당 대표로서 지난 정기국회 때 더 책임 있게 논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횡재세는 민간 기업의 이익을 강제로 공유하게 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도 많다. 업황이 바뀔 때마다 법을 바꿔서 적용할 수도 없는 만큼 부작용에 대한 검증과 사회적 공감대 마련이 필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횡재세가 오히려 기업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데다, 국경을 뛰어넘는 대규모 소송전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 미국 엑손모빌은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의 횡재세 도입에 반대하며 소송을 냈다.
이런 걸 미리 조율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정치다. 그런 ‘정치의 시간’은 다 건너뛴 채 난데없이 갑자기 ‘난방열사’를 자청하고 나선 이 대표의 설익은 횡재세 타령이 결국 또 ‘방탄용 포퓰리즘’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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