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마케팅 담당자들은 팝업스토어 기획을 좋아하는 것 같다. 팝업스토어는 2주 혹은 3개월 등 제한된 기간을 정해두고 그동안만 운영하는 임시 상점이다. 짧은 기간만 운영하니까 평소에는 못 했던 시도를 할 수 있다. 오프라인 공간 기획이다 보니 사무실에서 하는 엑셀 작업보다 화려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팝업스토어 업무를 맡기 싫어하는 마케팅 담당자를 본 적이 없다. 나도 그랬다.
팝업스토어는 팬데믹을 견디고 살아남아 엔데믹 시대인 지금 더 커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도 드문드문 운영되었는데, 엔데믹이 오자 앞다투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동시에 팝업스토어가 너무 많이 열려서 팝업스토어 정보를 정리해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까지 생겼다. 팝업스토어 진행 장소로 인기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지역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팝업스토어처럼 느껴질 정도다.
팝업스토어가 너무 많이 열리다 보니 표준 요소까지 생겼다. 첫 번째가 포토존이다. 모든 팝업 스토어에는 사진 찍을 거리가 꼭 있다. 2, 3년 전쯤에는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예쁜 배경을 설치했고, 요즘은 사진에 찍힐 만큼 특이한 전시품이 그 역할을 한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행사 총비용 ‘X’를 행사 참석 인원 ‘Y’로 나누면 1인당 소요 마케팅 비용을 산출할 수 있다. 이런 계산법으로는 사실 팝업스토어의 비용 효율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방문객이 온라인에 업로드한 사진 조회수가 많아진다면 그만큼 양적으로 마케팅 효과를 증명할 수 있다. 어떤 마케터도 포토존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두 번째 요소는 한정 상품이다. 팝업스토어들은 방문객을 모으려 이색적인 음식이나 ‘굿즈’라 부르는 자체 기념품을 준비한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 팝업스토어 앞에 새벽부터 ‘오픈런’을 위한 인파가 줄을 이루기도 한다. 최근 토끼 모양 케이크로 화제였던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팝업스토어나, 지하철역까지 줄을 섰던 ‘슬램덩크’의 팝업스토어가 그 예다. 상품 판매로 인한 매출도 매출이지만 잘 만든 상품은 포토존처럼 인증 사진을 유도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마지막 요소가 있다.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의 유명인이다. 가수 박재범은 ‘우리가 빠지면 파티가 아니지’라는 가사가 담긴 동명의 곡을 발표했다. 그 가사처럼 유명인이 오면 그 팝업스토어가 멋있는 거라는 분위기가 생긴다. 그래서 나도 몇 년 전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준비할 때 모 유명인을 모셨다. 그 유명인은 약속된 시간에 오지 않았다. 그날만 팝업스토어 스케줄이 4건이라 늦어진 것이었다. 어떤 팝업스토어를 검색하든 똑같은 사람들의 사진이 보이는 웃지 못할 현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두가 찾는 유명인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다른’ 팝업스토어는 점점 남과 비슷한 요소를 가지게 된다. 포토존, 한정 상품, 유명인, 또 포토존과 한정 상품, 또 다른 포토존…. 이렇게 계속 보다 보면 브랜드만 달라지고 결국 비슷한 체험을 하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업계의 인사이더들은 모호한 표현을 써서 “여기 잘하네” 같은 칭찬을 해 주긴 하지만, 그걸로 충분한가 하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이제는 누군가 물었을 때 전처럼 망설임 없이 팝업스토어를 하고 싶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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