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희룡 “내 돈이면 안 사”… 공기업 혈세 낭비 오죽했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일 00시 00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온라인으로 열린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합동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원 장관은 주거안정, 전세사기, 국민안전을 신년 주요정책 키워드로 제시했다. (국토교통부 제공) 2023.1.2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온라인으로 열린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합동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원 장관은 주거안정, 전세사기, 국민안전을 신년 주요정책 키워드로 제시했다. (국토교통부 제공) 2023.1.2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미분양 아파트 고가 매입 논란과 관련해 “세금이 아닌 내 돈이라면 과연 지금 이 가격에 샀을까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LH가 서울 강북의 미분양 아파트 수십 채를 사들인 것을 ‘혈세 낭비’로 규정하면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것이다. 공기업 LH가 정부를 대신해 취약 계층을 위한 전세매입임대 사업을 하면서 가격 절감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사안은 LH가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강북구의 전용면적 19∼24㎡ 짜리 아파트 36채를 지난해 12월 사들이면서 불거졌다. 채당 2억1000만∼2억6000만 원씩 총 79억5000만 원이 들었는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비싸게 사줬다는 지적이 곧바로 나왔다. 분양가보다 15% 할인해 내놔도 미분양된 인기 없는 아파트를 LH가 분양가보다 불과 12% 낮은 가격에 산 건 건설사에 대한 특혜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세매입임대는 기존 주택을 사들여 시세보다 낮은 전셋값에 빌려주는 서민 주거복지 제도다. LH는 당연히 취약 계층이 선호할 만한 위치, 환경의 집을 엄선해 최대한 낮은 가격에 사들임으로써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 장관의 발언은 정책의 취지와 이에 따른 책임을 망각한 LH의 업무 관행을 직격한 것이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6만 채를 넘어서면서 지방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미분양 문제에 직접 개입한다면 건설업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밖에 없다. 극심한 침체기를 맞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규제 완화를 통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미분양 사태가 금융시장 리스크로 번지는 걸 막는 데 집중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원 장관이 어제 부동산 호황기에 혜택을 누린 건설업체들에 ‘자구 노력’을 강조한 건 적절했다. 또 LH의 매입임대 사업 전반에 대해 철저한 감찰을 지시한 만큼 서민, 청년들을 위한 사업에 투입돼야 할 혈세가 더는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꼼꼼히 살펴야 한다.
#원희룡#lh#미분양 아파트#고가 매입 논란#공기업 혈세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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