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31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에서 1.7%로 0.3%포인트 낮췄다. 지난해 7월 ―0.8%포인트, 10월 ―0.1%포인트에 이어 벌써 3번째 연속 하향 조정이다. 그나마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보다 높은 2%대를 유지해왔던 IMF 전망치마저 결국 1%대로 주저앉았다.
한국에 대한 이번 하향 조정은 IMF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심각성의 강도가 다르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경고해온 IMF는 이번에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2.9%로 석 달 전보다 0.2%포인트 상향했다. 예상보다 견고한 내수와 에너지난 완화 등을 이유로 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의 전망치는 반등했다. 중국은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후 경제 활성화 기대감으로 전망치가 5.2%(+0.8%포인트)까지 올랐다. 이런 반등 흐름과는 정반대로 한국의 전망치만 또다시 미끄러진 것이다.
한국 경제의 추락은 그 버팀목인 반도체 시장의 혹한, 주력 업종의 수출 부진, 고금리와 고물가 속 내수 급감 등 대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렇다고 해도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등 역내 주요국들의 호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독 한국만 거꾸로 간 것은 우려스러운 징후다. IMF 전망치가 하락할 때마다 울려댄 경고음에도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기보다 일시적인 외부 변수 탓으로 돌리며 안일하게 대응한 결과는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경제가 쉽사리 반등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7%나 감소했다. 이를 비롯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10곳 중 7곳이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수출은 작년보다 4.5% 줄어들 것이란 게 정부 전망이다. 내수까지 동반 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0%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산업 전반의 성장 엔진을 다시 점화해야 침체의 출구를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 수출시장 다변화 등 시도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경제 주력 엔진인 제조업이 인력난에 허덕이지 않도록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하반기부터 경기가 풀릴 것이라는 섣부른 낙관론에 기대고 있기에는 우리 경제가 받아든 숙제가 너무 많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