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1차 인재양성 전략회의를 열고 신성장동력 발굴에 필요한 5개 핵심 분야 인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5개 첨단 분야는 항공·우주 미래모빌리티, 바이오헬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부품·소재, 디지털, 환경·에너지다. 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지역 발전을 견인하는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해 5년간 학교당 1000억 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치열한 인재 확보전이 벌어지는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과제다. 반도체만 해도 미국은 12조5000억 원을 투입해 별도 기관을 설립하고 있고, 대만은 대학 규제를 과감히 풀어 산학 협력으로 석·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학비는 물론이고 생활비까지 줘가며 우수 인재들을 유치해 길러내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배터리, 미래자동차,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만 7년간 7만7000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특히 대졸 인력 공급이 시급하다고 한다.
문제는 인재 양성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할 대학이 각종 규제에 손발이 묶여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분야는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지만 반도체 인력의 대부분을 길러내는 수도권 대학은 관련 학과 정원 하나 늘릴 권한이 없다. 15만 반도체 인재 양성을 목표로 반도체 특별법까지 만들고도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하나 풀지 못한 것이다.
등록금 규제는 더 심각하다. 15년째 등록금이 동결됐는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동결이 아니라 23.2% 인하됐다. 비수도권 대학은 첨단 학과 정원을 늘려줘도 가르칠 사람이 없다. 거점 국립대 조교수 연봉이 5000만 원이니 있던 사람도 나가려 한다. 실험실습 기자재 투자는 엄두도 못 낸다. 학생들이 “등록금 올려도 좋으니 화장실 좀 고쳐 달라”고 하는 지경이다. 등록금 자율화는커녕 법정 한도 내의 등록금 인상마저 제지하면서 무슨 돈으로 신기술 인재를 키우겠다는 건가.
학과 정원과 등록금까지 하나하나 간섭받는 경직된 교육제도하에서 대학이 인력 수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쟁력 있는 인재를 원한다면 정부는 “대학 규제를 확실히 풀겠다”는 말부터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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