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오프닝’에 여행-소비 급증… ‘춘제효과’ 지속 기대하긴 일러[글로벌 현장을 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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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1월 21∼27일) 시작을 하루 앞둔 20일 베이징 남역에서 고향으로 향하는 중국인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의 고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인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후 처음 맞는 올 
춘제 연휴에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 약 3억 명이 3년 만에 고향을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1월 21∼27일) 시작을 하루 앞둔 20일 베이징 남역에서 고향으로 향하는 중국인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의 고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인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후 처음 맞는 올 춘제 연휴에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 약 3억 명이 3년 만에 고향을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설) 연휴(1월 21∼27일)를 하루 앞둔 지난달 20일 베이징 남역(驛)에서 만난 리옌(李巖·24) 씨는 오랜만의 귀향에 들떠 보였다. 고향인 동부 산둥성 타이안(泰安)에 가는 것은 2년 만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자유로운 이동을 막았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난해 12월 폐지되면서 이번 춘제에는 고향의 부모님을 만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걱정이 앞섰다. 리 씨는 “60대 부모님과 84세 외할머니는 아직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내가) 코로나19를 전파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 선물로 혈액 산소 측정기, 해열제, 건강보조식품, N95(KF94와 동일) 마스크 등을 마련했다. 코로나19 걱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코로나19 우려 속 춘제 끝나
전문가들은 춘제 연휴에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1일 기준 우려했던 농촌 지역 확진자 급증 현상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1주일 정도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0일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난 조짐이 보이는 반면 농촌은 춘제 이후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귀성이 허용돼 중국인은 환호하지만 도시인들이 농촌 사람들을 대거 감염시킬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연휴 이후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는 없다며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펑(米鋒)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국무원 코로나19 합동방역통제기구 기자회견에서 “춘제 연휴 의료기관 운영이 전반적으로 평온했다”며 “현재 전국의 전반적인 감염병 상황은 이미 저유행 수준에 들어섰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은 전했다.

당국은 “춘제 기간 발열 환자가 명절 전보다 40% 정도 줄었고 계속 감소 추세”라며 “연휴에 응급치료와 감염병 통제가 질서 있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또 “도시와 농촌 의료기관의 94%는 1주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중의약과 해열제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85%는 2주 이상 사용할 약품을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해열제 품귀 현상과 제때 치료받지 못해 중증환자로 악화한 사례를 겪은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농촌은 여전히 감염병 예방 통제의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건강 모니터링을 잘하고 의약품 수요를 보장해야 한다”며 “출입국 인원이 증가함에 따라 바이러스 변이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춘제 소비 급증… “긍정적 신호”

중국 당국은 춘제 연휴를 통해 국민 소비 활성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경기 회복의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경제 회복을 올해 최대 화두로 내세운 정부로서는 소비 활성화를 통한 내수시장 확대가 절실하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에 따르면 춘제 연휴 숙박 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극장 티켓 판매는 3분의 1 이상 증가해 각각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수치를 웃돌았다. 춘제 연휴 첫 나흘간 마카오 방문객은 지난해 동기 대비 4배 늘었다. 노무라홀딩스에 따르면 춘제 연휴 귀성객 이동이 시작되면서 하루 평균 3680만 명이 여행에 나섰다. 2019년보다는 47%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50% 늘었다.

알리바바 여행 플랫폼 플리기 집계에 따르면 춘제 연휴 첫 나흘간 국내 장거리 여행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6배 이상 늘었고 해외여행 예약 또한 2배 증가했다. 유명 관광지 안후이성 황산(黃山)산에는 지난달 24일 하루에만 관광객 3만4400명이 찾아 2018년 이후 5년 만에 방문객 최다를 기록했다. 절경으로 유명한 후난성 장자제(張家界)에도 같은 날 역시 역대 최다인 관광객 6만여 명이 몰렸다.

해외에서 돌아올 때 무조건 격리하던 방침이 해제되면서 해외여행 수요도 급증했다. 지난달 21∼26일 출입국 관리 당국이 집계한 출국자는 239만2000명으로 지난해 춘제 연휴 첫 6일간보다 123.9% 증가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체 아웃바운드(중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 예약은 지난해 동기 대비 640%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춘제 기간 중국인 해외여행지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집중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말레이시아는 중국인 관광객이 584% 증가했고, 싱가포르와 태국은 각각 499%, 101% 늘었다.

온라인 티켓 판매 사이트 마오옌은 춘제 연휴 7일간 영화 티켓 판매액이 67억6200만 위안(약 1조24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고인 2021년 78억4200만 위안(약 1조4300억 원)에 이은 춘제 박스오피스 역대 2위 기록이다. 박스오피스 집계 시스템 라이트하우스에 따르면 춘제 연휴 첫 4일간 중국 전체 박스오피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2019년보다 11% 증가했다.
제조-서비스업 엇갈린 전망
소비가 다시 늘어나면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다른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1을 기록하며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에 경기 확장 국면으로 돌아섰다. 제조업 PMI는 전국 제조업체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문, 생산, 출하, 재고, 고용 등 5개 지표를 설문조사해 집계하며 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국면을, 50 아래면 경기 위축 국면을 의미한다. 중국 월간 제조업 PMI는 지난해 10월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하락세를 보이다 12월에는 47.0까지 떨어졌다.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의 경기를 가늠하는 비제조업 PMI도 54.4로 집계됐다.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 코로나19 정점을 빠르게 통과했다는 정부 발표 등의 영향으로 전월(41.6)보다 12.8포인트 급등했다.

춘제 연휴 소비 활성화 가능성을 확인한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31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전망치 4.4%에서 5.2%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 리오프닝(재개방)이 빠른 경제 활동 회복을 위한 기반을 제공했다”면서 “중국 소비가 꿈틀대면서 올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춘제 효과에 크게 기댄 측면이 있는 1월 소비 증가세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지속적으로 고용이 안정될지 우려하는 마음에 여행 같은 지출 계획을 제한하는 중국인이 아직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기업 JD닷컴 선젠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년간 억눌렸던 서비스 지출이 춘제 연휴를 기점으로 빠르게 반등했다”면서도 “광범위한 소비 회복인지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리오프닝#소비급증#춘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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