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에 ‘아방궁부(阿房宮賦)’를 지어 국가 흥망성쇠의 이치를 설파했던 두목. 시황(始皇)이 통일한 진(秦)이 멸망한 건 사치와 향락에 빠진 조정 탓이지 결코 천하대세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허약한 만당 조정이 이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다면 불행이 반복되리라는 충정을 토로한 것이다. 당시 과거시험을 주관하는 고관에게 이 명문이 알려지면서 그는 이른 나이에 관직에 올랐다. 하나 정작 그 자신이 그만 풍류와 향락에 취해 헤어나질 못했다. 스스로도 ‘양주(揚州)에서 보낸 10년 환락의 꿈 깨고 나니, 남은 건 오로지 청루(靑樓)에서의 박복한 명성뿐이구나’라고 개탄할 정도였다.
시는 절도사, 병부상서 등을 지낸 이원(李願)이란 관리가 낙양에 머물 때 마침 감찰어사로 있던 두목을 위해 베푼 연회장에서 지은 작품. 시인은 먼저 ‘어느 분이 이 몸을 초대하셨나’라고 천연스럽게 묻는다. 모두가 뻔히 아는 터에 짐짓 자기 존재를 과시하려 한번 허세를 부려본 것이다. 뿐이랴. 시인은 갑자기 또 좌중이 깜짝 놀랄 만한 ‘허튼소리 한마디’를 내뱉는다. 이 댁에 자운(紫雲)이란 예쁜 가희(歌姬)가 있다던데 그 아이를 내게 주시오. 풍류객의 뜬금없는 오만에 주인과 손님, ‘양쪽에 즐비한 미녀들’이 화들짝 놀란 건 불문가지. 이 요구는 물론 거절되었고 뻘쭘해진 처지를 모면하려 했을까. 시인은 능청스레 이 시 하나로 겸연쩍은 상황을 눙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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