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인사와 관련한 잡음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주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경제관료 출신이 내정된 데 이어 한국도로공사 사장에는 여당 국회의원 출신 인사가 선임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에도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출신 인사가 유력하다는 말이 나온다.
임종룡 우리금융 차기 회장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차관 등을 지낸 ‘모피아’ 출신이다. 이미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냈고, 금융위원장까지 거친 인사가 다시 민영화된 금융지주의 회장을 맡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도공의 함진규 사장 내정자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등에서 의원을 지낸 정치인이다. 예탁결제원 사장으로는 대선캠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한국금융연구원 현직 실장이 거론된다.
우리금융 회장 선임 과정은 석연치 않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손태승 전 회장은 올해 1월 돌연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라임사태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손 회장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공개 압박하는 상황이었다. 이어서 이른바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대통령 발언이 나왔다. 임 내정자 선임이 금융권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는 정부, 관료들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도공 사장은 작년 9월 국토교통부가 도공을 감찰한다는 소문이 돌자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김진숙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빈자리다. 후임자는 마땅히 기관의 개혁을 위한 비전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 함 내정자가 국회 국토교통위원을 지내긴 했지만 특별한 전문성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예탁결제원 사장 경쟁은 금융관료들이 맡던 자리에 민간 대선캠프 출신이 치고 들어가 관치와 낙하산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기재부 출신인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에 이어 우리금융까지 최근 들어 2곳의 금융지주 수장 인사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그 외에도 ‘능력주의 인사’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들이 공공기관 요직을 속속 차지하고 있어 이전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나온다. “낙하산은 없다”던 윤 대통령의 공약과 달리 도를 넘어 계속되는 관치·낙하산 인사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등 국정 운영에 큰 짐이 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