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호주오픈 테니스에서 우승한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의 부모는 피자가게를 했다. 어릴 적 조코비치는 밀가루 반죽을 하는 아버지, 어머니를 보면서 자랐다. 피자를 밥처럼 먹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테니스 제왕으로 롱런하는 비결로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섭취하지 않는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를 꼽는다. 글루텐은 보리나 밀 등 곡류에 들어 있는 단백질 성분이 물을 만나 결합하면서 생성되는데 끈기가 강하고 가스를 보유하는 성질이 있어 반죽을 부풀게 하고 쫄깃한 식감을 낸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밀가루 음식을 소화하지 못해 복통, 만성 피로, 설사·변비, 두통 등을 일으키는 ‘글루텐 불내증’을 보일 수 있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글루텐 불내증이 있으면 큰 단백질 조각들이 흡수되지 않고 장에 오래 머물면서 장(腸)벽을 자극하게 된다. 이상한 세균들이 증식하면서 다양한 장 증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서양에서는 전체 인구의 10∼20%가 이런 증세를 보인다. 한국은 성인 1000명 가운데 1명꼴로 알려져 있다.
조코비치는 소화불량과 체력 저하, 호흡곤란 등에 시달리다가 2010년 정밀검사로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글루텐과 운동이 결합할 때 심각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권 교수는 “글루텐은 운동 직후 혈류가 증가하면 순간적으로 장에 흡수된다. 이때 면역 시스템이 글루텐을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면서 두드러기나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특이 체질 영향으로 전해졌다.
즐겨 먹던 피자, 파스타 대신 조코비치는 글루텐이 없는 빵을 섭취했다. 채소, 과일, 콩, 견과류 등 채식 위주로 메뉴를 구성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누카 꿀을 넣은 미지근한 물을 마셨다. 또한 유제품과 정제된 설탕도 멀리했다.
식이요법을 위해 취사가 가능한 호텔에 머물려 한다. 식사 전에는 먹을 수 있는 데 대한 고마움을 상기하는 의식으로 짧은 기도를 한다. 먹는 동안 TV를 보지 않고 전화, 컴퓨터도 사용하지 않는다.
조코비치는 내전에 시달리던 고국 세르비아에서 수많은 날 공습의 공포를 견디며 끼니 걱정도 했다. “전기 공급은 하루 몇 시간에 불과했다. 어머니는 그사이 최대한 신속하게 음식을 준비했고 다시 불이 나가기 전에 최소한 수프와 샌드위치라도 꼭 먹을 수 있게 해줬다.” 그의 자서전 ‘이기는 식단’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번에 우승한 뒤 관중석에 있던 어머니 품에 안겨 통곡한 조코비치는 메이저 최다 타이인 22회 우승과 함께 세계 랭킹 1위에도 복귀했다. 그가 1위 자리에 머문 기간은 세계 최장인 375주다. 30대 후반에도 당분간 정상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자기관리의 결과.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말이 있다. 내 몸에 맞게 제대로 먹으면 건강도, 일도 잘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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