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이 주축인 MZ세대 노조들이 최근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를 결성하기로 했다. 참여한 노조는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 등 8곳이다. 조합원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30대가 핵심이다. ‘공정과 상생’의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청년 노조들이 민노총, 한국노총이라는 거대한 양대 노조 그늘에서 벗어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MZ 노조의 연대 움직임이 관심을 끄는 건 이념 편향을 지양하고, 노조원 권익 제고 등 노조 본연의 기능에 집중한다는 목표 때문이다. MZ 노조는 중장년, 제조업 현장 근로자 중심인 기성 노조에 가려 발언권을 얻지 못했던 청년, 사무직 근로자들이 중심이다. 처음엔 성과급 결정 과정에 대한 불만 제기 등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외부 세력과 연계한 정치파업 등 과격 투쟁에 반대하고, 노동자의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현안에 대한 반응부터 기성 노조와 다르다.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노조 회계장부 공개와 관련해 민노총, 한국노총은 “노조 자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MZ 노조들은 “회계 투명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자발적으로 몇천 원 단위까지 조합비 사용 내역을 상세히 공개한다. 작년 말 민노총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 때 서울지하철 노조는 젊은 노조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연대 파업을 서둘러 종료하기도 했다.
청년들이 노조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MZ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4%는 ‘노조의 정치 활동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65%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성) 노조 역할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MZ 노조협의체 대표가 “회사와의 상생, 평가에 대한 공정이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는데, 청년세대 근로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MZ 노조협의체 소속 조합원 수는 5000명 정도다. 123만8000명인 한국노총, 121만3000명인 민노총의 1%에 못 미친다. 회사 내에선 양대 노조에 밀려 임금·단체협상 테이블에도 앉지 못한다. 하지만 과격 쟁의 행위에 대한 청년들의 거부감을 고려할 때 이들의 뜻에 동의하는 조합원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MZ 노조가 수십 년째 이어져온 한국의 갈등적 노사관계에 상생, 협력의 새바람을 불어넣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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