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아플 땐 어떡하죠?[2030세상/배윤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7일 03시 00분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건설 현장에서 몸 쓰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몸이 곧 재산이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여름에는 더운 곳에서 일하고, 겨울에는 추운 곳에서 일하며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했다고 자부했는데 올겨울의 한파는 피해 가지 못했다.

최저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떨어지던 날, 옷을 잔뜩 껴입은 채 추위와 싸우며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허리와 허벅지 쪽 근육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잠을 잘못 잤나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통증이 등과 어깨까지 올라왔고, 퇴근 무렵에는 으슬으슬 춥고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몸살이었다.

그날은 참고 버텨 무사히 퇴근했지만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면서 다음 날이 걱정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소장님께 전화로 상황을 말씀드렸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연락을 드리기로 한 후, 편의점 감기약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밤 온몸의 통증과 고열로 잠을 설쳤고 결국 평소 기상 시간인 새벽 5시 30분 알람 소리를 듣고 소장님께 결근 소식을 알렸다.

하루 동안 쉴 수 있게 되었지만, 지방에 내려와 혼자 숙소 생활을 하고 있는 내게 약을 사다 주거나 밥을 챙겨 줄 사람은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숙소가 택시 타기도 어려운 곳에 있어서 30분 정도 걸어가야 병원이 있었다. 하필이면 폭설까지 내려서 따뜻한 방에 그대로 누워 쉬고 싶었지만 내일 출근을 하려면 병원 진료를 받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겨우 일어나 옷을 껴입고 무거운 몸으로 왕복 1시간의 눈길을 걸어야 했다. 따끈하고 든든한 집밥 생각이 났으나 병원 옆 식당 아무 데나 들어가 배를 채웠다.

혼자 아프면 서럽다고들 하는데 막상 겪어 보니 서러울 새도 없었다. 밤새 열이 올라 머리가 어지러운 와중에도 맡은 일은 어떻게 하지, 혹시 코로나 아닐까, 하루만 쉬면 될까, 빨리 나으려면 병원에 가는 게 낫겠지, 입맛은 없지만 밥을 먹어야 할 텐데 어디서 뭘 먹지 등등의 생각으로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졌다.

문득 그동안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던 혼자 사는 또래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대학 친구들이나 함께 도배를 하는 동료들 중에는 스무 살 성인이 된 이후부터 직장 생활을 하는 지금까지 줄곧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모든 연령대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20대 청년층 1인 가구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 5년 전에 비해 52.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취업, 연애, 결혼, 내 집 마련, 출산 등을 포기한 이른바 ‘N포 세대’ 청년들이 혼자 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사회구조적으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청년들을 위한 관심과 지원 체계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을 이번에서야 생각해 보게 되었다. 1인 청년가구를 위한 지원은 청년주택 등 주거 문제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대상은 주로 저소득층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소득과는 별개로 혼자 살아가며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도움과 돌봄의 손길을 받을 수 있는 지원 체계가 마련된다면 좀 더 안전하게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1인 가구#n포 세대#지원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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