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음세.’ ‘나얼의 음악세계’를 줄인 말이다. 한때 KBS에서 가수 나얼이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이름이기도 하고, 지금은 그가 유튜브에서 운영하고 있는 채널 이름이다. 그동안 나얼이 얼마나 자신을 드러내는 걸 꺼려 왔는지를 알고 있다면 유튜브 진행이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지도 알 수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에게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나눈다는 건 무척이나 특별한 일이다. 나얼 역시 다르지 않았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라디오에서 청취자들과 함께 음악을 나누고 소통한 건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를 잊지 못한 나얼은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했다. 한마디 말도 없었다. 나얼은 그저 바이닐(LP레코드)을 턴테이블에 올리고 음악을 재생시킬 뿐이었다. 40분 안팎의 재생 시간 동안 과거의 영혼과 리듬이 담겨 있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나얼이 유튜브 ‘나얼의 음악세계’에서 트는 음악은 장르로 말하자면 솔(soul)이나 리듬앤드블루스(R&B), 그리고 팝이다. 대부분 과거의 음악이다. 그의 취향은 너무나 한결같고 깊어서 명색이 대중음악평론가란 직함을 달고 있는 나 같은 사람도 처음 듣는 음악을 ‘나음세’에서 튼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는 ‘나음세 레코즈’라는 자신의 음악 레이블까지 만들었다. 그래서 ‘나음세’는 그런 나얼의 취향과 깊이가 더해진 대명사 같은 이름이 됐다.
나얼은 지금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독특하면서 특별한 음악가다. 1999년 중창 그룹 ‘앤썸’으로 데뷔하고 2001년 ‘브라운 아이즈’ 멤버로 큰 인기를 얻은 뒤부터 나얼은 한국에서 ‘흑인음악’, 한길만을 팠다. 처음보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음악은 더욱 깊어져, 브라운 아이즈 시절 들려줬던 음악이 ‘R&B풍의 가요’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풍’이 빠진 R&B 혹은 솔이 됐다. 나얼은 과거의 흑인음악을 가져와 지금의 대중이 이질감 없이 듣게 하고자 한다.
그러는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음악을 나누고자 함이다. 그가 일주일에 한 번씩 ‘나음세’에서 음악을 고르고 영상을 찍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과거의 음악에서 경험했던 노래의 아름다움과 무드(mood), 그루브(groove)를 현재와 연결시키고자 하였다. 나얼의 특별함은 여기에 있다. 그는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도 대중에게 나얼이란 이름을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지난달 나얼이 ‘나음세 레코즈’를 통해 발표한 신곡 ‘1985’는 그의 취향과 고집을 단박에 알 수 있게 해주는 노래다. 노래라고 표현하기 무색하게 6분 가까운 시간 동안 단순한 가사의 노래는 짧게 스쳐 지나간다. 대신에 우리가 흑인음악에서 기대하는 두툼한 리듬과 낭만의 사운드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런 ‘정통’을 가지고 나얼은 대중과 만난다. 그러고 보면 ‘음악세계’란 제목은 나얼과 꼭 잘 어울린다. 음악을 통해 이렇게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음악가는 지금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흔치 않다. 나얼과 나음세, 그래서 더 귀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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