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속 비행 성공 KF-21, 이젠 차세대 엔진 개발이다[기고/김재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8일 03시 00분


김재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추진연구부장
김재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추진연구부장
우리 손으로 개발한 최초의 차세대 공군 전투기인 KF-21 보라매가 지난해 7월 첫 시험 비행에 이어 최근 초음속 비행까지 성공했다. 2000년 첨단 전투기 개발을 선언한 지 23년 만에 우리 군이 주력으로 쓸 최신예 전투기의 독자 개발 성공에 청신호를 켠 기념비적인 성과다.

전투기는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다. 전투기 개발 능력은 한 나라의 기술력과 국력을 말해 주는 가늠자로 평가된다. 그중 전투기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은 전투기의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높은 기술력과 오랜 개발 기간을 필요로 해 미국 등 일부 국가만이 해당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아쉽게도 KF-21 보라매를 비롯해 국내에서 개발된 항공기에 장착된 엔진들은 해외에서 완제품 또는 부분 개조 형태로 도입해 일부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조립하는 기술도입 생산방식으로 획득돼 왔다. 세계적 수준의 생산기술을 확보했음에도 KF-21 보라매 엔진의 국산화율이 39% 수준에 그친 것은 결국 자체 개발 엔진이 없는 한계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항공용 엔진 독자 개발 역량은 유도무기용 단수명 엔진 개발과 최근 진행 중인 무인기용 장수명 엔진 개발 등을 통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부족한 국내 개발 인력 및 인프라와 제한적 예산 투입 등을 고려할 때, 빠르게 변해가는 미래 전장의 다양한 항공기 소요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항공 엔진 관련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관리해 엄격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으로부터 기술 이전 또는 기술 협력도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의 경우 무기 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을 통해 엔진 기술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의 엔진이 사용된 제품, 장비 등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제3국으로 이전될 수 없다. 따라서 KF-21 보라매를 포함해 미국 엔진이 적용된 우리 항공기를 수출하려면 미국으로부터 수출 면허를 받아야 하며, 이는 완전한 자주 국방 및 방산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많은 국가가 정부 주도로 엔진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미국은 민관군 협동 엔진 성능 개선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중국도 30여 년간 약 25조 원을 투자해 독자 엔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의 ‘K방산’ 수출이 지속성을 갖는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항공 엔진과 같은 핵심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런 시기에 정부가 발표한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 중 ‘첨단 항공가스터빈 엔진·부품’이 중점 기술 중 하나로 포함된 것은 항공 엔진 독자 개발의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 방산 시장의 전례 없는 활황과 K방산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 좀 더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항공용 엔진 개발 사업 및 관련 핵심 기술 개발이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 주도의 정책 수립, 항공용 엔진 연구개발 컨트롤타워 설립, 관련 법·규정 등의 개선을 바탕으로 민관군, 산학연의 역할 및 인력 양성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초음속 비행#kf-21#성공#차세대 엔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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