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이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이 어제 가결됐다. 총 투표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였다. 탄핵 사유는 재난 안전 주무 장관으로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무위원인 장관 탄핵안이 가결된 것은 75년 헌정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탄핵안 가결 즉시 이 장관 직무는 정지됐다. 행안부는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차관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갔다.
초유의 장관 탄핵 사태 자체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야는 그동안 참사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정조사까지 실시했지만 지루한 정치적 공방만 벌였다. 수습 방향을 놓고 여야는 시종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이 장관 거취를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장관 탄핵이라는 헌정사의 오점을 남긴 것이다.
행안부 장관은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면 법적 책임을 떠나 민심 수습 차원에서 정무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이 장관은 “경찰과 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원인인지 의문” “폼 나게 사표”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의 이 장관 해임 건의를 일축했다. 여권의 강공 드라이브에 야3당이 이 장관 탄핵으로 맞불을 놓은 형국이다.
그러나 국무위원 탄핵은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법률적 책임을 묻고 따지는 절차다. 장관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행위가 중대한 경우에만 탄핵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야3당은 탄핵소추안에 헌법 34조 6항(국가의 재해 예방 의무) 위반 등을 적시했지만 헌법이나 법률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장관의 언행이 부적절했다고 해서 탄핵 절차를 밟을 정도의 중대한 위법 행위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장관의 위헌·위법 사실을 입증하는 검사 역할의 소추위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맡아야 하는데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탄핵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 소속이다. 김 위원장이 야3당이 요구하는 소추위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참사의 여진(餘震)은 계속되고 있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 장소를 놓고 유가족들과 서울시는 강경 대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이 장관 탄핵으로 충돌하는 것 자체가 답답한 노릇이다. 헌재는 장관 부재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탄핵심판 결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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