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미향 ‘위안부 후원금 횡령’ 1심 유죄… 의원 자격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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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재직 시절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대로 확정되면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횡령액 1억35만 원 중 1700여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기부금품법 위반 등 나머지 7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윤 의원은 국내 위안부 인권 운동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피해자들을 위한 기부금으로 갈빗집에 가고, 개인 소득세를 내고, 홈쇼핑을 했다. 횡령액 중에는 윤 의원이 딸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준 돈도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물론 위안부 인권 운동을 지지하고 후원금을 보내온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다. 법원은 윤 의원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30여 년간 활동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하나 누구보다 후원금 관리를 잘해야 하는 단체이고 인물이었던 만큼 좀 더 엄중히 판단했어야 했다. 횡령한 액수만을 따져 죄질에 비해 가벼운 형을 선고한 것은 아닌지 유감이다.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등의 명목으로 1억7000만 원의 기부금을 개인계좌로 모금한 혐의나 길원옥 할머니의 치매 증세를 이용해 7920만 원을 정의연에 기부·증여하게 한 혐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윤 의원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대부분 무죄로 밝혀졌다”며 웃었다. 하지만 8개 혐의 가운데 핵심이 기부금 횡령죄다. 웃을 일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더구나 위안부 인권 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차지한 자리 아닌가.

이날 판결은 윤 의원이 기소된 지 2년 5개월 만에 내려졌다. 2020년 5월 이용수 할머니가 윤 의원의 기부금 유용을 폭로해 ‘윤미향 사태’가 시작된 지 2년 9개월 만이다. 기소와 재판이 지연되면서 윤 의원은 온 국민을 기망하고도 임기를 다 채울 공산이 커졌다. 항소심은 속도를 내야 한다.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단을 받은 의혹에 대해 보강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법원도 위안부 인권 운동의 지지 기반을 허문 죄에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윤미향#위안부 후원금 횡령#1심 유죄#의원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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