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어제 컷오프를 통해 3·8 전당대회 후보를 압축했다. 김기현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가나다순) 당 대표 후보의 본격적인 4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김, 안 후보의 양강 구도다. 본경선은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치른다. 이때는 3, 4위 후보와의 연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지난 예비경선 과정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혼탁 그 자체였다. 집권당의 비전과 정책을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윤심(尹心)만 좇는 구태가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출마 후보들에 대한 호불호를 대놓고 드러내면서 당무에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친윤 의원들이 특정 후보들을 집단 공격하는 양상도 빚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탈당 가능성 등 음험한 얘기까지 돌았다.
여당 대표는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로 가야 한다. 오로지 윤심에 구애하는 것이 여당 대표의 승패를 가르는 관건이 되는 것은 국민 보기에도 민망한 일이다. 나아가 친윤, 반윤, 비윤 등으로 편 갈라 싸우는 행태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본경선 기간에 반복되거나 더 극심해지면 누가 승리하든 엄청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전대는 지난해 3·9 대선 이후 딱 1년 만에 치러진다. 윤석열 정부가 걸어왔던 지난 1년을 당 차원에서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대선 지지층 일부까지 등 돌린 민심을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당권 투쟁에만 매달리면서 국민 통합과 국가 미래를 얘기할 순 없을 것이다.
이제는 집권당 경선이 제 궤도를 찾아가야 한다. 앞으로 2년간 국민의힘을 이끄는 차기 대표의 임무는 막중하다. 내년 4월 총선도 진두지휘한다. 불공정 시비로 전대 이후 당이 더 큰 혼란에 휩싸인다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은 물 건너갈 것이다. 집권당 대표 경선은 당원들끼리의 행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집권당으로서의 위상과 존재감을 보여주는 기회다. 집권 2년 차에 걸맞은 올바른 집권당 대표의 역할, 정치 개혁과 경제 회복 방안 등 국가의 미래를 두고 비전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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