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올해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인덱스 관계’를 꼽았다. 아는 사람을 친밀도에 따라 분류(인덱스)해 필요 이상의 관계를 맺지 않고 관리한다는 의미다. ‘인덱스 관계’에선 소수의 신뢰할 만한 사람과 끈끈한 정으로 깊은 관계를 맺는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얕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선호된다. 소셜미디어의 발달이 영향을 미쳤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많아지면서 더욱 강화된 측면이 있다.
▷지난달 30일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완화되면서 대중교통과 의료시설 등을 제외하곤 3년간 쓰던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불러온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사람들의 고립감과 외로움은 커졌다. 특히 절박한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할 사람이나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줄어들었다. 기댈 곳이 없어지니 우울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성인 39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2일 발표한 ‘코로나19와 사회통합 실태 조사’는 이런 경향을 뚜렷이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큰돈을 갑자기 빌릴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47.7%였다. 2017년 같은 조사 때 71.5%보다 무려 23.8%포인트 낮다. ‘아플 때 도움 받을 사람이 있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6∼15%포인트 낮게 나왔다. 그에 비례해 우울감도 함께 커졌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울감이 늘었다는 응답은 20%가 넘었고, 줄었다는 대답은 3%에 그쳤다.
▷조사 대상 가운데 임시 일용직이나 스스로를 하층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훨씬 큰 타격을 입었다. 예를 들면 큰돈을 빌릴 사람이 있다는 항목에서 최하위 소득자의 답변은 최상위 소득자에 비해 절반 이하였다. 일상으로의 회복 속도도 차이가 나 ‘회복됐다’는 응답의 경우 사회적 취약계층이 비취약계층보다 20%포인트나 낮았다. 코로나 감염률은 빈부 차이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가 생물학적으론 공평했으나 사회적으론 불평등하게 영향을 끼친 셈이다.
▷마스크를 벗은 민낯을 보이는 것이 어색해 여전히 마스크를 쓰게 된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앞으로 ‘코로나 학번’이 본격적으로 입사하게 되면 사회성과 적응력이 부족할 것을 가장 우려한다고 한다. 부모들은 장기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아이들의 언어 발달이 늦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물론 비대면을 ‘뉴노멀’로 여겨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서로 만나고 어울리는 일이 인간의 본능에 더 가깝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후유증 극복과 별개로 정서적 관계 단절의 후유증은 그리 빨리 치유될 것 같지 않다. 특히 사회적 약자는 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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