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위험에서 빠져나올 때 기꺼이 그곳으로 뛰어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군인 경찰 소방관 같은 제복 입은 공무원들로 이들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상이 ‘영예로운 제복상’이다. 어제 열린 제11회 시상식은 땅과 하늘과 바다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사투를 벌인 14명의 제복들을 위한 자리였다. 이로써 역대 수상자는 139명이 됐다.
대상은 지난해 4월 실종 선박을 구조하러 헬기로 출동했다가 제주 인근 바다에 추락해 순직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의 고 정두환 경감과 차주일 황현준 경사가 받았다. 제복상은 첫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의 시험 비행에 성공한 안준현 중령, 지뢰가 폭발해 다리를 잃고도 동료를 대피시킨 박우근 상사, 좌초한 어선 구조 현장에서 고무보트가 전복돼 크게 다친 몸으로 선원 5명을 구조한 정기욱 경사 등 6명의 제복들에게 수여됐다. 2020년 한강경찰대 수상구조요원으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고 유재국 경위는 위민경찰관상을 받았다. 고인이 된 제복의 영웅들에겐 명복을, 부상자들에겐 쾌유를 빈다.
크고 작은 재난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지난해 3월 울진·삼척 대형 산불 현장에서는 군인과 공무원 3600여 명이 밤샘 사투 끝에 금강송 군락지를 화마에서 지켜냈다. 9월 포항 수해 지역에서는 해병대가 장갑차를 몰고 와 수재민 27명을 구조했다.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엔 땀에 흠뻑 젖어가며 심폐소생술을 하고 부상자들을 이송한 소방대원과 구급대원들이 있었다. 이들은 “더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심리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제복의 헌신엔 국경이 없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소방청 구조요원과 육군 특수전사령부 군인 등 118명의 긴급구호대가 파견돼 여진과 맹추위를 무릅쓰고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생명을 구해내는 기적을 이어가고 있다. 73년 전 튀르키예군 5455명이 6·25전쟁에 참전해 741명의 제복이 전사하고 2068명이 부상당한 데 대한 보은의 활동이기도 하다.
이날 시상식에서 고인 대신 상패를 받아든 아내는 “남편을 기억하고 잊지 않게 해줘 고맙다”고 했다. 지금 이 순간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제복들이 있어 안전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제복의 희생을 잊지 않고, 유족의 슬픔을 나누는 것, 제복 입은 사람들이 보람과 긍지를 갖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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