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이 지났다. 이전에 예측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장기 소모전이었다. 이 전쟁은 서방 주요국과 중국, 이란 등 러시아 우방까지 간접적으로 참전하고 있다. 이 방식의 나쁜 점은 전쟁이 오래 지속되면서 지원국들은 물리적 충격은 받지 않더라도 심한 내상과 후유증으로 고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쟁은 이런 특징으로 세계사에 기록될 것이다.
작년에는 러시아의 전략·전술적 오류가 너무 뻔했기 때문에 예측이 쉬웠다. 역사학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은 인류가 역사의 교훈을 통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은 적이 있냐고 말한다. 우울한 얘기지만 작년의 러시아가 그 정수를 보여주었다. 심지어 그 땅에서 자신들이 벌인 제2차 세계대전의 교훈까지 무시했다.
이번 공세는 예측이 쉽지 않다. 우선 양측이 전력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다. 더 어려운 부분은 러시아가 얼마나 변화된 모습을 보이냐는 것이다. 전차를 앞세우고 대병력이 평원을 질주하는 대공세는 공중과 지상, 지원, 병참 능력이 정교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30만 명이 대병력 같지만 30만 명으로는 이런 공격을 하지 못한다. 여기에 전술 목표에 집중하지 않고, 공격이 분산되면 더욱더 효과는 떨어진다. 공세의 효과로 초반에는 승리하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전쟁 지속 능력과 정교함은 빠르게 추락할 것이다.
대공세는 허세고, 특정 전술 목표에 집중한다면 초반에는 우세한 모습을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전술과 병참 운용 능력은 여전히 미숙할 것이다. 이 능력은 절대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없다. 그렇다면 화력과 인해전술로 밀어붙여야 하는데, 이 역시 전쟁 지속 능력을 빠르게 소진시킨다.
제일 오리무중인 것이 러시아의 전략 목표다. 러시아의 일선 지휘관들도 모르는 듯하다. 어쩌면 서방 경제가 주저앉고, 서방 지원이 끊어질 때까지 체력전으로 가겠다는 것이 당장이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지금은 예측이 어렵더라도 공세가 시작되면 다시 전황은 예측이 쉬워질 것이다. 전 세계가 고통으로 한숨을 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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