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진영]이러다 AI의 애완견으로 살아야 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5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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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인공지능 등장에 놀란 세계
체화된 인간지능 따라올 수 있을까

이진영 논설위원
이진영 논설위원
“인간이 기계의 애완견이 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2015년 9월 한국을 찾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이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인공지능(AI) 덕에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애완견처럼 편하게 사는 세상이 올 거라는 뜻이었다. 그는 AI가 인간처럼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최근 AI 챗봇 챗GPT가 등장해 경이로운 능력을 뽐내자 8년 전 ‘애완견 낙관론’이 AI가 사람 머리 꼭대기에 앉아 주인 행세 하려 들 거라는 비관론으로 바뀌어 회자되고 있다. AI가 보고서 쓰고, 여행 계획 짜고, 번역하고, 문법 교정까지 한다. 그것도 주문한 지 몇 초 만에, 24시간 지치지 않고, 어떤 불평도 없이, 헐값에 말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챗GPT의 놀라운 글솜씨를 확인하고는 AI에게 사무실을 내주고 애완견으로 전락할 날이 올 거라며 개 밥그릇을 준비해야겠다고 썼다. 진짜 그런 날이 올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다. 기술 발전에 따른 구조적 일자리 감소에 대비하자는 기본소득 논쟁은 1960년대에도 뜨거웠다. 결과적으로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제가 성장했으며 고용률은 잠시 출렁이긴 해도 장기적으로는 큰 변동이 없었다.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된 것 이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 덕분이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앗아갈 능력을 갖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다. AI는 어려운 수학 문제는 풀어도 얼굴 알아보기, 자전거 타기, 운전하기와 같은 쉬운 일은 어려워한다. AI가 작동하려면 정확한 명령어를 입력해야 한다. 그런데 비슷비슷한 얼굴을 구별하는 법, 두 바퀴로 균형 잡는 법, 돌발 변수 가득한 도로에서 안전하게 운전하는 법을 어떻게 수학 공식처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의 암묵지(tacit knowledge)를 연구해온 영국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는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걸 알고 있다(we know more than we can tell)”고 했다. 이른바 ‘폴라니의 역설’ 때문에 우린 AI에게 명료한 언어로 지시하지 못하고 AI는 인간이 하는 일을 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AI는 대신 방대한 데이터와 통계에 의존해 암묵적 규칙을 추론하는 방식으로 폴라니의 역설을 극복한다. 사람이면 쉽게 하는 일을 ‘데이터 노가다’로 만회한다는 뜻인데 이게 또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 매사추세츠공대(MIT) 데이비드 아우터 교수는 의자 분류하기로 설명한 적이 있다. 무엇이 의자인가. 다리와 등받이와 앉을 판이 있으면 의자인가. 명확한 지시어를 받지 못한 AI는 등받이 없는 의자와 탁자를 구분 못 하고, 다리 없는 의자는 의자로 분류해내지 못한다. 사람도 설명 못 하는 의자다움을 기계가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AI 전문가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 전후로 AI가 전체 인류의 지능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대략 20년 후의 일이다. ‘20년 후면 AI가 인간을 능가할 것’이라는 충격적 예언은 1950년대에도 있었다. 그때도 틀렸으니 이번에도 빗나가는 거냐고 따지려는 게 아니다. 칼 세이건은 “무(無)의 상태에서 애플파이를 만들려면 먼저 우주를 창조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한 파이 만들기도 축적된 지식 없이는 아득한 일이다. 하물며 수만 년 동안 변화무쌍한 환경과 부딪혀가며 직관과 유연함과 상식으로 체화해온 인간의 지적 능력을 따라잡기는 1초 만에 논문 써내는 AI로서도 버거운 일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ai#인공지능#인간지능#ai챗봇#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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