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의 제조업 취업자 수가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60세 이상 일자리는 늘었지만 다른 세대들의 일자리 사정은 대체로 좋지 않다.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풀타임 일자리’도 1년 전보다 크게 감소해 일자리의 질까지 나빠졌다. 수출 한파에서 시작돼 내수로 번지는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고용쇼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월 취업자 수는 작년 동월 대비 41만1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2개월 만의 가장 작은 증가 폭이자 작년 5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비교시점인 작년 1월에 경제활동 재개로 취업자가 늘었던 영향이 있었던 걸 고려해도 고용 사정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늘어날 일자리 수가 작년의 8분의 1인 10만 명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제조업 분야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만5000명이나 줄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재작년 10월 이후 15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제조업은 한국 수출의 85%를 차지하는 경제의 성장엔진이다. 작년 4분기에 미국 중국 독일 한국 일본 이탈리아 등 세계 수출 상위 6개국 가운데 한국의 수출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한다. 수출이 넉 달 연속 감소하고, 이로 인해 제조업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일자리까지 축소되고 있다.
게다가 1월에 늘어난 취업자의 97%는 60세 이상에 몰렸다. 대부분은 정부가 고령층을 위해 예산을 연초에 집중적으로 풀어 만든 ‘세금 일자리’다. 반면 20대 이하와 40대의 취업자 수는 줄었다. 특히 40대 취업자 수가 7개월 연속 감소했는데, 가장 활발히 일하면서 가계의 경제를 책임지는 주축이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정유, 자동차부품, 해운업체 등 향후 불황이 예상되는 다양한 업종에서 임직원의 퇴직신청을 받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오래 머물던 일터를 떠난 이들이 새롭게 자리 잡을 일자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3만 개 기업이 해외로 나간 지난 10년간 한국으로 돌아와 일자리를 만든 유턴기업은 126개에 불과하다. 국내로 복귀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세금, 보조금 혜택이 부족해서다. 이런 갑갑한 현실을 획기적으로 바꿀 일자리 창출 방안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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