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 매체는 “백악관이 윤 대통령의 방문과 국빈 만찬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4월 말 방문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지만 시기는 유동적”이라고 전했다. 한미 양국이 올봄 워싱턴에서의 한미 정상회담 일정과 방식을 조율 중인 상황에서 미국 언론이 처음으로 ‘국빈 방문’을 언급한 것이다.
이번에 열릴 양국 정상회담은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70주년을 맞는 해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특별하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이기도 하다. 그만큼 회담의 내용과 형식 모두 중요하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서울과 11월 캄보디아(아세안 정상회의 계기)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지만, 당시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정책을 비롯해 대외정책의 틀이 다 잡히지 않은 시점이었다.
국빈 방문은 실무 방문, 공식 방문 등 5단계로 분류되는 해외 정상의 방문 형식에서 가장 격이 높다. 성사된다면 12년 만의 한국 대통령 국빈 방문이 된다. 대통령실은 “미국 행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내용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까지 진행된다면 굳건한 한미 결속을 대내외에 확인시킬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두 정상이 회담 테이블에서 다루게 될 의제들은 만만치 않다. 당장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와 양국 협의 확대가 현안으로 올라 있다.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을 비롯한 한일 과거사 분쟁 속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 강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반도체법 대응, 미중 기술 경쟁 속 공급망 확보 같은 경제안보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한미 양국은 동맹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미래의 새로운 공조 틀을 다지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70년간 다져온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 기술동맹으로 진화해 가는 미래 청사진을 그려내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는 그 무대가 될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조속히 확정지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화려한 포장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한미 원자력 협력 같은 실질적 회담 성과를 끌어낼 수 있도록 의제 대응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치밀한 사전 준비가 돼 있어야만 형식에 걸맞은 내실을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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