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면 카페나 열어야지”라는 국민 염원은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현실이 됐다. ‘집콕’을 해야 하지만 커피는 마셔야겠기에 아예 집으로 카페를 들인 것이다. 이렇게 집을 카페처럼 꾸민 ‘홈카페’는 코로나로 특수를 맞은 집 꾸미기 열풍과 맞물려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재택근무 활성화와 주 52간제 운영에 따른 여가 시간 증가도 이런 열기를 부채질했다.
핸드밀과 드립 주전자 등 간단하고 담백한 구성부터, 가정용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 본격적으로 카페를 흉내 낸 구성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제대로 된 홈바 분위기를 내기 위해 아일랜드 테이블을 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홈 카페의 성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우선 통계청 품목별 수출입 실적을 살펴보면, 상업용 기기를 포함한 ‘커피·차를 끓이는 기기’ 수입 중량과 금액은 5년 사이 각각 40%, 80% 증가했다.
커피 관련 현장에서도 이런 열기가 감지된다. 상업용 시장만 공략했던 머신 업체들도 보다 정밀하고 작아진 가정용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커피에 진심’인 사람들의 지갑도 활짝 열리고 있다. 커피 머신 회사들은 지난해 11월 열린 ‘제21회 카페쇼’에서 약속이나 한 듯 홈카페를 겨냥한 가정용 기기를 선보였다.
100년 전통의 이탈리아 커피 머신 제조업체 ‘라마르조코’는 그동안 만들었던 머신 중 가장 작은 가정용 커피 머신 ‘미크라’를 출시했다. 일반 카페에서 사용하는 기계의 성능을 갖춘 소형 에스프레소 머신도 다수 등장했다. 국내 에스프레소 머신 제작업체 엘로치오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100만∼200만 원대 가정용 소형 머신 판매량이 5배 이상 증가했다고”고 밝혔다.
물론 홈 카페를 갖추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한 번이라도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행복을 경험한 이들은 그 일에 지갑을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왜일까. 우선 커피를 내리는 과정에는 수많은 변수가 개입한다. 커피 원두의 종류와 분쇄도, 물의 온도, 내리는 사람의 숙련도 등에 따라 미묘하게 커피 맛이 달라진다. 변수들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맛과 향은 내 취향을 발견하는 기쁨을 준다. 이렇게 정성껏 사랑하는 사람에게 커피를 내려주고, 그 보답이 따뜻한 웃음으로 돌아오면 기쁨은 더 커진다. 이런 매력에 점점 더 많은 ‘커피에 진심’인 사람들이 홈바리스타를 위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여들고 있다.
홈 카페가 성장한다고 해서 일선 카페의 역할이 줄어들진 않는다. 직접 커피를 만들어보면 넓고 깊은 커피의 세계를 새삼 인정할 수밖에 없다. 홈바리스타가 많아질수록 전문 카페와 관련 머신 판매량 등 시장도 함께 성장하게 되는 이유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홈카페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평소 즐겨 찾는 카페에서 파는 원두로 드립 커피부터 내려보자. 온 집 안에 퍼지는 은은한 커피향 속에서 몸과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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