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한국이 처해 있는 현재 경제 상황을 ‘경기 둔화’로 공식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2월 경제동향’에서 “물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됐다”고 밝혔다. 작년 6월부터 사용해온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에서 ‘우려’를 뺐다.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중첩된 ‘스태그플레이션’ 문턱에 그만큼 더 바싹 다가섰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경기지표는 이미 경기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작년 4분기 경제는 2년 반 만에 역성장했다. 반도체, 대중 수출이 줄면서 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6.6%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늘면서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40여 일간 무역적자가 작년 연간적자의 37%인 176억 달러에 달했다. 고물가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 과도한 가계부채와 금리 인상에 따른 가처분소득 축소로 소비까지 얼어붙고 있다. 막대한 재고가 쌓인 대기업 가동률은 80% 밑으로 떨어졌다.
대외 변수들 역시 심상찮다. 미국은 예상외의 고용·소비 호조로 고물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조만간 멈출 것이라는 기대가 꺾였다. 달러화는 다시 강세로 돌아섰고, 원-달러 환율은 장 중 1300원을 넘어섰다. 환율 상승은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 가격을 끌어올려 공공요금을 비롯한 국내 물가를 자극하고, 무역수지를 더 악화시킨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수출에 숨통이 트이길 기대하지만, 중국 경제 역시 부동산 경기침체, 미중 갈등 등으로 빠른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경기 둔화의 구조적 요인이 크다는 점이다. 1월 전체 수출에서 대중 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19.8%로 20% 선이 무너졌다. 내수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18년 이후 계속 감소세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의 글로벌 시장 구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물가 인상을 유발한 강대국들의 충돌과 고유가는 상수가 됐다.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돼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고착화하면 정부도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선제적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떨어뜨리고, 과감한 지원을 통해 수출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과거의 성장 공식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지금이야말로 국가 산업전략에 일대 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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