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그제 평양 순안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했다. 새해 첫날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이어 48일 만의 도발이다. 최대 정점고도 5768km까지 상승한 장거리 미사일은 900km가량 날아가 동해상에 떨어졌다. 김여정은 다음 날 담화를 내고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번 ICBM 발사는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전략적 도발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거리가 1만4000km로 추정되는 화성-15형은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 투발 수단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을 발사한 데 이어 이달 초 ‘고체연료 ICBM 운용부대’를 창설하는 등 장거리 미사일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은 “남조선 것들을 상대해줄 의향이 없다”며 미국을 직접 상대하겠다는 의도를 거듭 드러냈다.
북한은 향후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등을 빌미로 핵·미사일 도발 수위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 한미 간 확장억제 수단운용연습(TTX)과 다음 달 연합훈련 ‘프리덤 실드’ 기간에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열병식에서 공개한 고체연료 ICBM 발사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우려된다.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은 즉각 긴급회동을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한목소리로 규탄하며 “더 강력한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어제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를 한반도 상공에 띄우며 한국과 연합 공중훈련에도 나섰다. 한미를 이간질하려는 북한의 위협, 도발에도 동북아의 양자, 다자 결속은 되레 공고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에 골몰하는 사이 식량난은 더 악화돼 아사자가 속출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발당 3000만 달러에 이르는 ICBM 등 미사일 발사 비용을 합치면 주민들의 1년 치 쌀값과 맞먹는 것으로 추산된다. 얻을 것 없는 도발 전략에 매달려 봤자 돌아오는 것은 고립과 빈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후계 분위기를 띄우며 연일 대동하고 다니는 딸을 비롯해 후대에 물려줄 것도 결국 그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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