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1일간 무역적자 186억불… 벌써 사상 최대였던 작년의 39%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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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1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3.2.21/뉴스1
사진은 21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3.2.21/뉴스1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단 51일 동안 누적된 무역수지 적자가 186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하면 195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전체 무역적자의 39%가 두 달도 안 돼 쌓였다. 반도체와 중국 수출 부진, 에너지 수입액 증가 등 ‘트리플 악재’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차를 두고 개선될 것”이라던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침체의 터널이 길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335억4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하지만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이틀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실제 일평균 수출액은 거의 15%나 줄었다.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이 44% 줄어 거의 반 토막 났고, 중국 수출도 20% 넘게 감소했다. 반면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늘어 수입액은 1년 전보다 9% 증가했다. 11개월 연속이었던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한 달 더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정 산업과 지역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 결정을 앞당기고,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기업들을 붙잡는 등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제 한국무역협회 간담회에서 “외국보다 더 많이 지원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동등한 여건은 만들어 달라”고 호소한 수출기업들의 목소리를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연이은 경고음과 현장의 아우성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둔감한 모습이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배터리 디스플레이 백신 등 국가전략산업들의 숨통을 틔우게 해 줄 세액공제 확대 법안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그제 정부는 ‘신성장 4.0 전략’ 추진 로드맵을 통해 올해 30개 이상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규제 개혁과 법 개정이 뒤따르지 않으면 말잔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자칫 ‘끓어오르는 물속 개구리’ 신세가 될 수도 있다.
#무역적자#51일간#186억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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